(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삼성가의 맏딸 이부진씨가 지난해 말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호텔신라는 매출규모를 20% 이상 키우고 김포공항 면세점의 알짜 사업권을 따내는 등 외형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앞으로 이익창출능력과 재무건전성 등 커진 덩치를 채울 내실 다지기 작업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 매출ㆍ사업영역 확대..실속은 '글쎄' = 호텔신라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액 1조2천500억원에 영업이익 602억원, 당기순익 3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천억원 정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 당기순익은 2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2분기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행 관관객과 일본으로 가는 여행 수요가 줄어든데다가 인천공항면세점 등 면세점 임대료 인상분 412억원이 상반기 재무제표에 반영된 탓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호텔롯데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익을 모두 20% 넘게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의 사업별 비중은 면세점 80%에 호텔 13%, 기타 7%로 호텔신라(면세유통 85%ㆍ호텔 13%ㆍ기타 2%)와 비슷한 구조다.

호텔롯데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2조1천600억원에 영업이익 2천6억원, 당기순익 2천3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500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27%와 26% 늘어나 2위인 호텔신라와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들었다.

호텔신라는 "3분기부터 일본인 관광수요가 회복되고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를 웃도는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활동으로 악화된 재무지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호텔신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960억원에서 3분기 말 355억원으로 줄었고 단기차입금은 500억원에서 537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도 1천318억원에서 1천500억원으로 14% 증가해 자본대비 부채비율은 108.0%에서 121.2%로 높아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반기 이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추세인 만큼, 재무지표 개선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호텔신라의 재무개선여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0월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조정했다.

당시 한기평은 "사업확장에 따른 운전자본 확대와 각종 영업여건의 저하 등에도 시내 면세점과 호텔부문의 영업실적 개선에 따른 창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 면세점 부문의 이익창출력 개선에 따라 앞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호텔롯데를 잡아라' =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01년 호텔신라 기획담당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2005년 임원이 된 이후 호텔롯데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007년 기존 사업권자였던 호텔롯데(롯데면세점)와 애경(AK면세점)의 틈을 뚫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면세점 사업권자로 새롭게 선정되면서 롯데면세점과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호텔신라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의 40% 이상을 담당한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다.

당시 호텔신라 상무였던 이 사장은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호텔 사장과의 경쟁구도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루이뷔통 유치를 두고 롯데면세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신라면세점은 세계 최초로 공항에 입점하는 루이뷔통 매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또 올해에는 김포공항 면세점 운영권 입찰에서 신라면세점이 '알짜 구역'으로 인정받는 화장품과 향수 중심의 A구역 운영권을 확보, 롯데면세점을 B구역(주류, 담배)으로 밀어내는 등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호텔롯데가 AK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벌어진 격차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있다.

2010년 당시 면세점 분야의 시장점유율은 롯데면세점이 47%, 신라면세점이 28%, AK면세점이 9%로 신라가 AK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을 37%까지 끌어올리며 롯데면세점과의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AK면세점을 롯데가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 격차는 두 배 수준까지 벌어졌다. 당시 호텔신라는 비공개입찰로 진행된 AK면세점의 매각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공들여 유치한 명품매장을 유지하는데도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구찌는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의 매장 2개를 철수했고, 샤넬 역시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급 면세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품 브랜드가 필수적이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의 명품 수요도 커지는 추세라 명품 매장 유지와 확대는 면세점의 사활이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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