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기획재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재원확충에 150억달러 규모로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 이 자금이 한꺼번에 외환보유액에서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IMF가 국가별 충원비중 등에 따라 자금을 활용하기 때문에 사용처가 생기면 전체 필요금액 중에서 일정비율에 따라 한국에서 자금을 빼가기 때문이다. 또 IMF가 충원재원을 사용하더라도 외환보유액 금액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23일 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번 IMF 재원확충은 기존의 출자나 출연의 형식이 아니라 한국과 IMF 사이의 양자협정에 의한 융자다. 자금이 필요할 경우 외환보유액을 통해서 자금을 대출하는 형식으로 지원한다는 뜻이다.

한국이 충원하기로 한 자금을 IMF에 당장 지급하는 게 아니라 IMF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경우 한은이 외환보유액에서 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이다. IMF가 한국에 크레디크라인을 개설했다는 의미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IMF가 한은에서 돈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것이나 똑같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재원확충으로 IMF는 유사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늘렸다는 점에서 위기시 대응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IMF가 한꺼번에 자금을 빼가는 것이 아니라, 개별국가들과 맺은 계약과 차입금액 비율 등에 따라 필요할 경우에 한은의 외환보유액에서 자금을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IMF와 양자협정에도 기한이 존재한다"며 "그 기한이 지나면 재원확충 계약 자체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특정한 기간에 한국이 IMF에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줬고, IMF도 예방적인 차원에서 재원을 확충한 만큼 지금 당장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면서 지금 당장 대출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IMF 재원확충 참여가 한은 외환보유액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한꺼번에 대규모 자금이동을 수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관계자는 "IMF가 필요에 의해서 자금을 사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한은에 자금을 요청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한은이 규모에 따라 자금을 마련해서 지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은이 외환보유액 중에서 일부를 지급하게 되는데, 금액이 적으면 외화예치금 중에서 일부를 지급하면 될 것이고 요구액이 커지면 보유한 유가증권 일부를 현금화해서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럽문제가 최악의 경우로 전개될 경우가 아니라면 IMF가 한은에서 한꺼번에 대규모 자금을 빼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설사 IMF가 대규모로 자금을 인출하는 형식으로 빼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금액 자체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재정부와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IMF 충원자금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두 외환보유액으로 인정된다"며 "외환보유액에서 유가증권 투자금액이나 예치금이 줄어드는 만큼 IMF에 대한 대출금 포지션으로 금액이 잡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IMF 재원을 활용한 국가가 사용했던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크레디트리스크가 존재하지만, 한국의 IMF 재원충원 자체로 외환보유액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재정부 관계자도 "한국이 IMF 재원충원에 참가했다고 당장 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고,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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