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인 은행들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잔치를 벌일 전망이다.

당초 올해 은행들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대출규제, 사회공헌 확대 요구로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하이닉스 지분매각 이익과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부의영업권(염가매수 차익) 등에 따라 은행권 실적은 1분기에도 호조를 보였다.

24일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 종합(화면번호 8031)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우리와 KB, 신한, 기업, 부산 등 8개 은행과 금융지주의 순이익에 대한 증권사 추정 평균치는 2조5천723억원이다.

여기에 실적 발표를 마친 하나와 DGB금융지주를 더하면 은행들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4조977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8대 은행은 사상 최대인 12조4천13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는 1분기에 4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며 한 분기 만에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이미 육박한 셈이다.

당초 은행들은 대출규제와 각종 수수료 인하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익이 작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하이닉스 지분매각 이익과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부의영업권 등 일회성 요인이 발생하며 순이익 규모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어섰다.

지난 13일 발표된 하나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인 1조3천203억원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외환은행의 순자산 장부가치와 실제 인수대금간의 차액 4천779억원과 외환은행 공정가치 산정액 등 부의영업권 1조389억원이 순이익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의 1분기 순이익도 하이닉스 지분 매각 이익에 따라 전분기보다 1천70억원(51.7%)이나 증가한 3천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은 그러나 앞으로도 1분기와 같은 대규모 실적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저금리와 대출규제로 순이자마진(NIM) 상승이 쉽지 않고, 각종 수수료 인하와 같은 서민 지원책으로 은행들이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재정위기도 아직 해결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상태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은행들의 경상적인 이익은 지난해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추가적인 성장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은행업종 패러다임 변화나 주주 가치 보장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며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은행에 대한 눈높이는 낮추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저성장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며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는 데다 기업들이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하나로 시행 중인 가계대출제한과 은행의 보수적 대출태도도 자산 성장의 저해 요인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1분기에도 원화대출금 성장률이 낮고 NIM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규모는 늘었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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