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대학교 주식동아리에서 만나 도원결의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안암동 어디선가 뜻을 모았다. 금융권 어렵다는데 취업해야 하나.'

고려대학교 주식동아리 '큐빅' 출신 다섯 명이 모여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다섯 명 중 네 명은 증권사나 운용사 또는 다른 자문사 경력 없이 바로 투자자문업에 뛰어들었다. 평균 연령은 31.2세. 2명은 올해 2월 졸업자다.

지난 1월 투자자문사 인가를 받은 '더퍼블릭투자자문'은 고려대학교 수학과 출신의 정호성 대표(32세)와 동아리 동기 및 후배들이 모여 만든 곳이다.

6억원의 자본금은 모두 5명의 임직원이 20% 안팎으로 출자했다. 지난 2년간 '더퍼블릭인포'라는 유사투자자문업과 각자 주식으로 모은 돈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다. 5천만원은 큐빅 선후배가 투자했다.

정 대표는 12일 "창업에도 뜻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주식'으로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주식으로 창업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업이 투자자문사다"고 말했다.

더퍼블릭투자자문은 이름 그대로 대중을 위한 자문사다. 대중을 위한다는 회사 이름 뜻을 실천하기 위해 금융 자산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투자자문사를 이용할 수 있게 진입 장벽을 낮췄다. 최소 가입 금액은 3천만원. 고객 대부분이 1억원 미만의 일반인 투자자다.

기관 자금도 아니고 초고액자산가(HNW)들이 몰려든 것도 아니다. 3천만원, 1억원, 2억원, 차곡차곡 모인 자금이 100억원에 이르렀다. 고객 수는 70명 안팎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쌈짓돈이 몰려든 이유는 단 하나다. 수익률이 고객을 불러모았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수익률은 50% 안팎이다. 한 계좌에 7~8개의 최소 종목만 가져가되 롱 전략만 사용한다. 운용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능한 수익률이지만 이 덕분에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갔다.

부산에 몇몇 개인 고객들은 최근 SK투자증권 해운대지점을 찾았다. 더퍼블릭투자자문을 아느냐며 이 자문사에 돈을 맡기고 싶다고 문의했다.

SK투자증권은 이 같은 보고를 받고 해당 지점과 상의, 지난 11일부터 더퍼블릭투자자문의 자문형 랩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따로 증권사 지점에 프레젠테이션(PT)을 다니진 않지만 요청을 하는 곳은 몇 군데 있었다"며 "이번에 처음 증권사 랩을 맡아 당분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퍼블릭투자자문은 앞으로 3년 이내에 수탁고 1천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보다 더 핵심적인 목표는 연평균 자기자본수익률(ROE) 26%를 유지하는 것.

업계에서는 더퍼블릭투자자문 운용역들이 주식운용 매니저 경력 없이 바로 투자자문사로 직행해 오히려 자기만의 투자 철학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A 투자자문사 대표는 "제도권 경력이 없기 때문에 기존 운용사 스타일이 아닌 자기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네트워크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B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주식 동아리 출신은 이미 업계에서 정평이 나있다"며 "매니저들을 봐도 상대적으로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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