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인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사건으로 우리은행이 불똥을 맞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파이시티의 이정배 전 대표가 "채권단 대표인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빼앗으려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로비자금이 중단되자 '윗선'에서 (우리은행에)사업권을 빼앗으라고 지시한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또 사업권을 내놓지 않자 우리은행이 파이시티 파산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부정대출 전적도 불거지는 등 입장이 난처해졌다.

우리은행은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파이시티 사업권을 박탈하려 한 적이 없으며, 파산신청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또 부정대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 수사를 이미 거쳤고 책임자들도 면직조치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2003~2004년 파이시티 사업에 총 4천200억원을 대출해줬다. 우리은행 부동산 금융팀장 천모씨와 후임 팀장 정모씨는 이때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19억원을 받고 부정대출을 주도한 혐의로 2010년 검찰 수사를 받았고 면직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관련자들이 현재 형을 살고 있다"며 "면직으로 은행 차원의 징계도 끝났다"고 말했다. 사법처리와 징계로 부정대출 부분은 털어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 역시 "파이시티에 대한 우리은행 부정대출은 사업처리와 은행 징계, 금감원 제재로 후속조치가 끝났다"며 "또 다른 조치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파이시티 사업권을 뺏으려 했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전 대표는 우리은행의 한 부장이 "사업에 필요한 모든 권리를 우리은행에 양도하고 손을 떼라. 원하면 200억원을 송금하겠다"며 회유했다고 밝혔다.

또 사업권을 넘기지 않자 우리은행이 대출 만기가 남았는데도 서울중앙지법에 파이시티 파산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업권을 양도하지 않자 파산시켜 이를 넘기게끔 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은행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그러나 파산신청은 파이시티의 대출이자를 대납하기로 한 시공사인 대우자판과 성우종합개발이 워크아웃 결정을 받은 데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출 만기가 남았지만 시공사의 워크아웃으로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되자 파산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파산신청도 우리은행 혼자가 아니라 대주단에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현재는 사업권을 채권단에서 박탈한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법정관리인을 선임해 기업회생개선안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에게 200억원을 송금하겠다는 제안 역시 우리은행의 독자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허가가 늦어지며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이에 대우자판과 성우종합개발이 각각 100억원씩 갹출해 이 전 대표에게 건넬 테니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한 제안을 우리은행이 대신해서 전달한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단순히 시공사의 의견을 전하기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채권단 대표가 시공사 의견을 전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우자판과 성우종합개발의 주거래 은행이 우리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파이시티는 지난해 11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법정관리인이 기존 경영진과 별도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법정관리인과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앞으로 지을 건물을 미리 매각하는 방식으로 건축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파이시티를 구성하는 5개 동의 건물 중 2개 동이 매각됐다. 우리은행은 비리 문제가 불거졌지만 사업이 진척되며 파이시티에 대한 대출채권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파이시티의 입지 자체가 워낙 좋다"며 "인허가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금융비용이 늘어난 데 따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이지, 건물이 매각되고 착공에 들어가면 대출채권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