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과거 이학수 실장과 함께 삼성그룹의 실세였던 김인주 삼성카드 고문이 삼성선물 사장으로 부활하면서 앞으로 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과거 '삼성의 곳간지기'로 불리며 그룹의 재무이슈를 전담한 김 사장이 이번 에버랜드 지분 정리를 계기로 촉발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13일 사장단 인사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삼성카드 김인주 고문을 삼성선물 사장으로 내정했다.

지난 1980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김 사장은 1990년 그룹 비서실 재무담당 과장을 맡은 뒤 줄곧 이건희 회장을 보좌한 최측근으로, 최근까지도 '삼성 3인자'로 불렸다.

특히 1997년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담당 상무이사를 거쳐 기업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전무ㆍ부사장ㆍ사장)과 전략기획지원팀장(사장)을 역임하는 등 줄곧 그룹의 자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도맡았다.

그러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지자 이학수 당시 전략기획실 실장과 함께 물러나 삼성전자 상담역으로 있다가 작년 말에는 삼성카드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퇴진 수순에서 부활..에버랜드 지분 매각 영향인 듯 = 이처럼 사실상 퇴진 수순을 밟던 김 사장이 다시 금융계열사 사장을 맡으며 복귀하게 되자 그 배경과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관계자는 "그룹 내 김인주 사장만 한 재무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고 아직 53세로 젊어서 더 일할 기회를 준 것"이라며 "김 사장은 앞으로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삼성선물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최근 진행된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지분의 매각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2일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17%를 총 7천739억원에 KCC에 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매각 가격의 할인율이 다소 과하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전체적으로는 과거 재계 라이벌이었던 범 현대가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며 기한(내년 4월) 내에 매각 작업 대부분을 마무리한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KCC를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에버랜드 지분 매각 문제를 무난히 해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 덕분에 이건희 회장이 다시 김 사장을 중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김 사장은 삼성선물 사장으로 선임된 지 하루만인 14일 '수요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삼성증권 계열사인 삼성선물 사장은 그동안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관례를 깬 것이다.

▲앞으로 지배구조 재편작업 주도 예상 = 그룹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다시 중용된 만큼 앞으로 삼성선물 경영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룹 전반의 재무이슈를 직접 챙기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에버랜드 지분 매각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배구조 정리와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김 사장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에 삼성카드가 KCC에 에버랜드 지분 17%를 매각하면서 그동안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던 삼성그룹의 순환형 지배구조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단선형 구조로 변경됐다.

그러면서 이재용 사장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로 올라서게 됐다.

이처럼 이미 어느 정도의 변화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정비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관련 수사를 계기로 경영쇄신안을 발표할 때 지주회사 전환과 순환출자 해소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이재용 사장이 전자와 금융부문, 이부진 사장이 호텔·레저와 상사·화학부문,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광고·전자소재 부문을 나눠 맡는 구조로 그룹이 분할되거나, 에버랜드가 지주사로 전환되는 등의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변화될 것으로 예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과거 삼성의 지배구조 구축을 담당했던 김 사장이 다시 중용된 것도 지배구조 재편 과정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김 사장은 삼성 특유의 순환출자구조를 만든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사장은 과거 CJ와 신세계, 한솔 등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될 때 대주주와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힌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 삼성의 지배구조 정리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김 사장이 에버랜드 지분 매각 등의 이슈가 나올 때 다시 중용된 것이 우연의 일치로 보이지 않는다"며 "앞으로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준비작업 등에서 김 사장이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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