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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어천가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근본이 깊고 둔중하면 아무리 폭풍우가 몰아쳐도 전혀 요동이 없다고 배웠다. 그런데 여기서 ‘뿌리 깊다’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나는 신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믿는 바, 신념이 확실하면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신념이 확고하지 않으면 귀가 얇아지고, 옆에서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하여도 홀라당 속아 넘어가게 되어 있다. 모든 것이 신념의 문제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모두 워런 버핏을 부러워한다. 그의 기법을 배우고 모방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워런 버핏의 투자기법에서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신념’이다. 그는 자신이 판단하기에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과감하게 매수하여 거의 평생 보유하였다. 버핏은 사무실에 증권 단말기 한 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념이 있으므로 단기적인 주가변동에 흔들리지 않았고, 그러기에 주가움직임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온 나라가 여전히 메르스로 난리다. 매스컴은 메르스로 도배가 될 지경이다. 하지만 가만히 살피면 과민반응, 지나친 호들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야 의학 전문가도 아닌지라 잘 알지 못한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로는 메르스가 공기전염을 두려워할 정도의 전염성은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두려워할까? 당연하다. 겁이 나기 때문이다. 믿을 수가 없다. 신념이 있어야 그나마 흔들리지 않을 터인데,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아서는 도무지 믿을 구석이 없다.

대통령이 방미를 취소하고, 병원이나 동대문 시장을 격려 방문한다고 하여 사람들이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로 하여금 믿을 수 있도록 해줘야 될 것이 아닌가! 당국이 뭔가 숨기는 것 같은 인상만 주어도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정보를 남김없이 공개하고, 병의 실상과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는 일이야말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첩경이다. 그래야 믿게 되고, 그래야 흔들리지 않게 되며, 그래야 상황이 점차 안정되어갈 것이다.

당국은 지금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대체 언제까지 이 혼란을 이어가야 하나? 메르스 때문에 주식시장도 영 좋지 않은데 말이다.

(코스피 주간전망)

코스피는 지난주 내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더구나 캔들은 매일같이 ‘음선(陰線)’을 나타냈다. 음선이라는 것은 시가에 비하여 종가가 낮게 형성되는 것이다. 아침에 주가가 좀 오를만하면 금세 매도물량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양상이 반복됐다. 시장이 하락세일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음선도 음선이려니와 전반적인 추세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목균형표로 살피면 코스피는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드는 꼴이다. 기준-전환선이 역전되었고, 후행스팬이 캔들과 엇갈린 지 오래인데, 이제는 코스피마저 구름 하단 아래로 내려서고 말았다. 모든 것이 ‘추세하락’을 말한다. 그런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은 되레 두터워지고 있으니 이제는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구름이 강력한 저항선이 될 운명이다. 시장은 답답해져가고 있다.

하락목표치를 산정하는 것은 아직은 성급한 일이지만, 굳이 계산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일목균형표 가격론으로 따져 현 시점에서 N목표치는 2,024, V목표치는 1,988, 그리고 E목표치는 1,945로 각각 ‘계산’된다.

여기서 ‘계산’이라는 말을 강조한 것은 목표치는 기계적으로 산출된 수치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대략 그런 정도로 움직일 것’이라는 게 목표의 의미. ‘소숫점 둘째자리’까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주말의 코스피의 종가가 2,052이고 장중저가라고 해보았자 2,044이니, 아직 어떤 목표치이건 도달한 것은 없다.

코스피는 이래저래 조금 더 밀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원 주간전망)

구로다의 ‘한 방’이 시장은 온통 흔들어놓았다. 125를 넘어서 금세 130이라도 갈 것 같던 달러-엔은 일본은행 총재의 “엔화 더 강세 되겠나?”는 말 한마디에 화들짝 추락하였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 달러-원 역시 급전직하, 긴 장대음선을 만드는 꼴이었다. 그러나 추세가 어디 도망가는 것은 아니다. 한번 만들어진 연후에는 고래심줄처럼 질기다. 달러-엔이나 달러-원이나 이미 상승세 추세가 굳어진 참. 이제 와서 그게 쉽사리 뒤바뀔까? 내 생각으로는 ’글쎄‘이다. 회의적이다.

일목균형표에서도 구름과 시장가격과의 ‘이격’이 중요하다. 이격이 늘어나면 반드시 이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달러-엔의 경우가 대표적. 달러-엔 환율은 지루한 횡보국면을 끝내고 훨훨 상승세로 날았고, 그 결과 구름과의 이격이 커졌던 터. 마침 구로다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격축소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격을 줄였으니 달러-엔 환율은 기존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기준선, 전환선, 구름, 후행스팬 등 모든 괘선이 상승세로 태세를 잡았는데, 이제 와서 후다닥 추세가 무너질 수는 없다.

달러-원도 마찬가지이다. 구름을 벗어나면서 이격이 커졌고, 그걸 좁히는 과정이 지난주에 벌어졌다. 이격조정이 끝났다면 다시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게 순서다. 설령 이격조정이 채 마무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아래쪽 구름의 지지력이 너무나도 막강한지라 그걸 돌파하고 추세가 하락세로 바뀔 공산은 희박하다. 구름의 상단은 1,101원이다.

물론 위쪽으로 1,130원대를 넘어서서 달러-원이 치솟을 확률은 낮아 보인다. 차트에 ‘저녁별(열十자, evening star)’이 만들어지면서 저항선으로 작용할 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래로는 구름이 두텁다. 결국 이번 주는 1,110~1,120원대의 좁은 레인지를 거듭하리라 예상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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