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인수. 합병(M&A)은 모든 기업의 경영상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가장 빠르고 효과가 뚜렷한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비용이나 이질적인 기업 문화 등으로 M&A를 꺼리던 대기업도 따로 전담조직을 꾸려 매물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과도한 차입인수는 '승자의 저주'를 초래하고 낮은 비용만 생각해 부실 기업을 인수한 후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인수만큼이나 통합(PMI) 과정도 중요한데 아직 이에 미숙한 대기업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연합인포맥스는 최근 수년간 15개 대형 기업집단의 M&A 현황과 중단기 성과를 짚어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그동안 삼성그룹의 성장 스토리에서 인수합병(M&A)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내부에 1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1994년 당시 세계 PC 시장 점유율 6위였던 미국의 AST리서치 인수한 것 외에는 10여 년 동안 뚜렷한 M&A 실적이 없엇다.

그러던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년여의 공백을 깨고 경영일선에 복귀한 지난 2010년 초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를 강조하며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면서 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조금씩 M&A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삼성의 덩치에 어울릴만한 딜이 없었던 데다, 인수를 하거나 지분을 투자해 뚜렷한 성과를 낸 곳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삼성이 M&A를 통해 원하는 시너지를 얻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 복귀 후 M&A에 본격 관심 = 지난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던 이건희 회장은 2년 만인 지난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복귀하자마자 미래 성장동력을 강조하며 ▲태양전지 ▲자동차용 2차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을 그룹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해 오는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M&A와 기술개발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후 이 회장은 해체됐던 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복원하며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직정비에 나섰다. 특히 M&A를 담당하는 전략 1팀과 2팀도 신설했다.

전략 1팀은 이상훈 사장이 전자계열사의 미래사업 계획을 담당하며 관련 M&A 전략도 조율하게 했고, 전략 2팀을 맡은 김명수 부사장은 전자 이외의 계열사의 M&A 전략을 담당하게 했다.

이와 함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 내부에도 별도의 M&A 조직이 신설하고 2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그룹 전반의 신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 전체적으로 신성장 사업 강화에 나서면서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것이라면 기업의 규모와 종류를 떠나 적극적인 M&A도 고려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중심 M&A, 아직은 소규모.. '절반의 성공' = 이건희 회장 복귀 후 2년 동안 그룹 전체적으로 업체를 인수하거나 주요 지분을 투자한 사례는 총 16건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투자금액이 수백억원 수준에 그치는 소규모 딜이었고, 투자한 곳 중 상당수 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악화되는 등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실제로 작년 초 삼성전자가 총 5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의료기기 업체 메디슨과 프로소닉의 실적은 삼성으로 편입된 후 오히려 악화됐다.

포로소닉의 매출은 2010년 79억원에서 작년에는 8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순익은 19억원에서 4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메디슨의 경우에도 매출은 2천366억원에서 2천381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당기순익은 342억원에서 113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재작년 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300억원을 투입해 2대 주주(지분율 10%) 자리를 확보한 에스엔유프리시젼도 삼성의 투자를 받은 후 매출이 870억원에서 774억원으로 줄었고, 적자 전환하며 168억원의 당기순손실도 기록했다.

같은 해 삼성전자가 인수한 지이에스(GES) 역시 삼성에 편입된 후 영업익은 18억원에서 4억원으로, 당기순익도 14억원에서 4억원으로 축소됐다.

또, 작년 4월 삼성전자가 1천200억원 가량을 출자하며 미국 퀸타일즈와 함께 만든 바이오 합작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아직 뚜렷한 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SDS가 인수한 미라콤아이앤씨와 에스코워(티맥스코어)는 경영권이 이전된 후 수익성이 다소 좋아지긴 했지만, 당기순익 규모 자체는 작년에 각각 26억원, 8억원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삼성LED가 지분을 인수한 ISP와 태원전기산업 역시 작년 당기순익이 각각 2억원, 23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 5월, 지분 10.15%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디스플레이 장비기업 SFA는 삼성의 투자를 받고 나서 매출이 작년에 19.3% 증가했다. 특히 당기순익은 88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63.5% 늘어났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2대 주주 자리를 확보한 AP시스템도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1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삼성의 투자를 받고 나서 작년에는 흑자 전환하며 111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또, 2010년 말 삼성SDS가 인수한 물류 컨설팅 전문 기업 EXE c&t도 M&A 후 삼성그룹의 물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작년에 창사 후 처음으로 2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삼성, M&A 행보 더 강화될 듯..성패 두고 봐야 = M&A에 대한 삼성의 관심은 최근 들어 조금씩 더 커지는 모습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작년 말 창립 42주년 기념행사에서 "과감한 M&A를 통해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M&A를 전담하는 TF팀 인원을 종전 40여 명에서 100여 명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을 충원한 만큼 앞으로 이 TF팀은 삼성전자의 M&A 전략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일정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삼성그룹 역시 올해 지분인수나 출자 등 M&A 자금으로 쓸 수 있는 자본투자 자금을 작년보다 10% 늘어난 3조2천억으로 책정했다. 지난 2009년 9천억원, 2010년 1조2천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M&A에 쓸 수 있는 실탄을 급격히 늘린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삼성그룹이 추진한 M&A 규모는 실제로 예전보다 좀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작년 말 8천875억원을 들여 미국 석유ㆍ가스 전문업체 패러랠 패트롤리엄(Parallel Petroleum LLC)을 인수했고, 삼성토탈도 올 초 서해파워와 서해워터를 2천500억원에 사들였다. 또, 지난달에는 삼성전기도 일본의 알파나 테크놀로지(Alphana Technology)를 1천470억원에 인수했다.

따라서 이러한 딜의 성패가 드러나는 시점부터 삼성그룹의 M&A 전략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앞으로는 M&A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이 M&A 전략에서 어떤 수완을 가졌는지는 지금부터 더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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