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권용욱 기자 =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금리 체제변경을 위해서 기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대신할 단기자금시장의 새로운 기준금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단기기준금리를 찾기에 앞서 CD금리 대체용으로 지난 2004년부터 공표되기 시작한 단기기준금리인 '코리보(KORIBOR, KORea Inter-bank Offered Rate)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리보가 과거에 CD금리의 문제점을 보완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최근 논의되는 CD금리 대안찾기 자체가 이미 코리보 출범 당시 자금시장의 고민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과거처럼 CD금리의 문제를 파악하고 또 다른 단기기준금리를 찾느라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기보다 기존에 CD금리를 대체할 용도로 만들어진 코리보를 보다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CD금리의 문제를 해결하자= 코리보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CD금리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국내금융시장 중에서 유독 소외된 단기금융시장을 발전시키고 CD금리가 자금시장의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앞으로 단기금융시장에 기준금리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코리보라는 열매를 맺었다.

당시 한국은행,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 서울지점 자금담당자, 은행연합회 등이 머리를 맞댄 끝에 영국의 Libor, 일본 Tibor, 싱가포르 Sibor 등 각 나라의 대표적인 단기금리를 본떠서 Koribor라는 명칭으로 탄생했다.

코리보가 기업이나 개인들의 대출상품에도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추진하는 금융허브 지향과도 맥락을 같이했다.

더욱이 코리보는 단기자금시장의 벤치마크를 뛰어넘어 향후 자금 및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스와프 등 파생상품시장에 새로운 이정표 역할로 지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는 단기금리인 Libor처럼 은행간 단기자금거래나 각종 거래시 '코리보+α'의 금리결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CD의 유통물량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월평균 5조원 내외로 2008년 18조7천억원과 2009년 12조6천억원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표> CD 시장거래규모 추이(단위:조원. 자료:금융투자협회)

03년04년05년06년07년08년09년10년11년
거래량98.9179.7 151.7 199.1 196.9 224.3 150.9 75.151.6
(월평균)8.2 1512.616.616.418.712.66.3 5




또 CD금리에 비해 코리보는 다양한 만기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의 다양한 선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 CD금리는 변동주기가 91일이기 때문에 고객은 선택의 여지 없이 3개월짜리 변동상품으로 대출해야 한다.

▲통안채.은행채의 문제점= 반면 통안채는 은행권의 실질 조달금리와 거리가 멀다. 자칫 통안채를 단기기준금리로 삼을 경우 대출금리를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A은행 자금담당자는 "기존 CD금리의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통안채 등을 대체수단으로 적용할 경우 시장원리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시장원리를 거스르면 결국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시중의 단기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선이 생길 여지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출금리로 통안채가 사용되면 금융시장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도 통안채 금리나 발행물량 하나하나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한은이 통안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조절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은행채는 단기기준금리로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채가 1년을 만기로 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B은행 스와프딜러는 "은행채는 1년물로 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기물량 유동성이 얼마나 확보될지 의문이다"며 "만기가 짧은 은행채는 보통 유통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CD와 똑같은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잔존만기 3개월짜리 은행채를 새로 발행하는 것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향후 단계적으로 도입될 '바젤Ⅲ'에서는 30일 내에 유출될 현금에 대해서는 같은 액수의 현금과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쌓도록 하고 있다. 3개월짜리 은행채를 계속 발행하면 매월 3분의 1씩 만기에 맞춰 은행이 국채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가제시에 그친 한계..활성화 필요= 이에 따라 코리보 출시 이후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코리보를 활용하는 예도 적지 않다. 기업은행은 변동금리대출 기준금리로 코리보를 활용하고, 일부 은행은 내부 조달금리로 코리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코리보가 단기기준금리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코리보가 Libor 등과 달리 실제 자금이동이 없는 일종의 가산금리로서, 시장에서 실거래 없이 호가만으로 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제시은행은 지준과 자금상황, 시장금리 등을 감안해 코리보를 제시하고 있으나, 단순 호가 제시에 그치면서 제기금리에 대해 책임져야 할 필요성도 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코리보가 단기금리로 정착하려면 제시은행의 코리보 호가 공개 등 코리보를 거래 가능한 금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나왔다.

외국계은행 한 자금담당자는 "현재 코리보가 호가 제시에 그치고 자금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등 현재의 코리보로는 단기기준금리로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기준금리를 만들기보다 코리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C은행 자금담당자는 "CD금리와 마찬가지로 코리보도 인위적으로 만들다 보니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는 국내에서 단기금융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탓으로, 단기기준금리가 정착하려면 레포거래 정착과 기간물 자금거래 활성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