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GDP는 전기 대비로 0.9% 증가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예상치인 전기비 0.75% 증가보다 0.15%포인트 웃도는 결과다.
지난 3월 설문조사 당시의 1분기 GDP 증가율 예상치는 0.5%였다. 한달새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만족시키고도 남은 셈이다.
질적인 개선도 눈에 띈다. 작년 4분기 지표가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이지만, 지출항목별로 보면 곳곳에서 개선 신호가 감지된다.
미래의 성장동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설비투자는 1분기에 전분기보다 10.8% 급증했다. 작년 3분기(-1.8%)와 4분기(-4.3%) 부진에서 벗어나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반도체장비가 큰 비중을 차지해 일시적인 회복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기계류 역시 4% 수준으로 증가해 개선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민간소비는 전분기 0.4% 감소에서 1분기에는 1.0% 증가로 돌아섰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민간부문이 흡수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고 감소 역시 긍정적이다. 작년 4분기 0.8% 증가에서 1분기 0.7% 감소로 돌아섰다. 재고감소는 GDP 감소 요인이지만, 경기사이클로 보면 경기가 호전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기가 저점을 지났는지의 판단은 한분기 숫자만으로는 어렵다"며 "다만 작년 4분기의 0.3% 증가를 빼고 보면 2분기와 3분기의 성장 경로를 다시 회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DP 지표는 적어도 작년 4분기에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회복 속도는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요인에 달렸다는 평가다.
김종수 NH농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4분기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수치상 저점을 찍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수출 회복 속도와 민간소비 등 가계 구매력, 물가 안정 등의 여부가 회복 강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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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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