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정선영 기자 = 성장이냐 물가냐, 외환당국의 내년 환율 정책이 어디에 방점을 두고 운영될지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유럽발 재정위기와 북한 문제 등 대내외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에도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고 환변동성을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반대로 글로벌침체의 가속화로 내년 성장률이 정부가 예상한 3.7%마저 달성이 어려울 경우 외환당국은 경제활력 제고 쪽으로 정책의 스탠스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동성 축소 기조 유지 = 환시 참가자들은 내년 외환당국의 가장 큰 정책 줄기도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게 '변동성 관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채무위기 해결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한 데다, 올해 연말 불거진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상반기 유럽계은행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 등을 고려할 때 당국이 환변동성 축소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며 "위기 심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은행의 또 다른 외환딜러는 "유럽 우려가 남아있어 내년도 성장 쪽은 어려울 듯하고 환변동성이 커지면 포트폴리오 투자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가 변수..'성장'보다 '물가' =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내년도 외환정책에서도 물가를 지속적으로 의식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초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외환당국은 고환율 스탠스를 접고 달러-원 환율 하락을 용인한 것으로 인식돼왔다.

내년에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까지 대기하고 있는 만큼 서민 경제를 위협하는 물가는 꾸준히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

물가 압력은 내년에도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2월에도 근원인플레이션율은 4.0%로 6개월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유럽 우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달러-원 환율이 상승할 수 있어 당국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환율 상승은 또 다시 수입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에도 당국이 `성장보다 물가` 스탠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C은행의 한 딜러는 "내년도 세계경기는 여전히 침체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3~4%의 성장률 전망치를 봤을 때 당국이 성장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 듯하다"며 "내년에도 물가와 성장률을 신경 쓰면서 1,100.00~1,200.00원 레인지 내에서 환율 변동성 축소에 나설 듯 하다"고 말했다.

D은행의 한 딜러는 "대선을 앞두고 물가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며 "고환율을 택하기보다 환율 상단을 낮추는 개입이 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가 20원 오르고 10원 빠지는 식으로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본격적인 내수 침체, 경제성장률 둔화로 물가 상승세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은행의 다른 딜러는 "정권교체를 앞두고 복지가 주요 어젠다가 돼 버린 상황에서 정부가 성장을 고집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당국이 환율 하락을 용인한다기보다 전체적으로 유럽 위기가 다소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환율이 하향 안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정책, 물가만을 위한 것 아니다" = 외환당국은 물가 관리를 위해 환율 정책을 운영할 순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

물가는 통화 정책의 수단으로도 관리할 수 있지만, 환율 정책은 물가 관리만을 위해 운영하다가는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생각이다.

이미 정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 생활 안정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정책 최우선 과제는 경제활력 제고이고, 이를 통해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서민생활 안정도 성장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선거와 복지정책 확대를 이유로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물가지수 개편, 유통시장 선진화, 담합 등 기업의 불공정 거래 단속 강화 등으로 대처한다는 기본 입장을 세워두고 있다.

환율이라는 가격 변수를 통제하면서 물가 안정을 꾀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셈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환율을 물가 타켓팅의 수단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물가는 통화정책과 정부가 가진 물가안정 수단을 통해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sglee@yna.co.kr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