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증권 거래 관련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증권사들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후속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부과하는 거래 수수료를 함께 내리지 않을 경우 이번 수수료 인하가 투자자의 수수료 부담 경감이 아닌 증권사 수익으로 돌아갈 수 있어 자칫 비판 여론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는 지난 26일 증권 거래 유관기관들의 거래 수수료를 내달 2일부터 20%폭으로 일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인하안에 따르면 주식거래 시 거래소에 지급되는 수수료는 0.002276%로 낮아지고 예탁원에 부담해야 하는 증권회사 수수료는 0.001066% 수준으로 낮아진다.

증권사마다 개별 기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1천만원의 거래대금이 HTS를 통해 오갈 때 적게는 8천원에서 많게는 3만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증권사들에 내야한다.

이 중 거래소와 예탁원 등에 내야하는 수수료 만큼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은 증권사들 몫이 된다. 증권사가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셈이다.

최근 몇년간 증권사들이 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에 내야하는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받을 때도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수수료는 내리지 않아 수혜를 톡톡히 본 사례도 있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만약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를 거래 브로커리지 수수료 인하로 연결시키지 않고 올해 일일 평균 거래대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잡는다면 연간 2% 수준의 영업익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대로라면 증권사의 수익에 긍정적이지만 증권사들은 일단 순순히 이번 인하 방침에 순순히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수수료 인하 발표 전 몇몇 증권사 마케팅 담당 임원들을 불러 협조를 부탁했다"면서 "강제성은 없지만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방안 시행 예정인 내달 2일까지 인하된 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을지 IT부서와 협의 중"이라며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강제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강제성을 띄는 게 아니냐"며 "최근 여론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예전처럼 어물쩍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jy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