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글로벌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가 삼성물산 주주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ISS의 조언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SK와 SK C&C 합병 때나 모비스의 사외이사 재선임안 때 ISS와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ISS의 합병 반대 권고가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KCC와 삼성물산 간 지분 거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지난 1년간 합병 및 영업양수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나 기권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6일 "ISS와 계약을 맺은 기관들이 ISS의 권고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각종 제반 절차가 복잡하기는 하지만 국민연금은 그동안 ISS와 반대되는 결정을 다수 내려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달 26일 열린 SK 주주총회에서 SK C&C와의 합병 찬성 권고안을 내놓은 ISS와 달리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ISS는 SK와 SK C&C의 합병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봤지만, 국민연금은 합병비율과 자사주소각 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ISS 권고와 다른 결정을 했다.

ISS는 의견서를 통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이 경영을 효율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국민연금은 현대차의 한전 부지 매입 과정에서 이사들이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모비스의 사외이사 재선임안을 반대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건에 대해 ISS보다는 법원의 판단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 1일 법원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 결의를 막아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삼성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고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는 엘리엇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KCC와 삼성물산 간 지분 거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국민연금이 쉽사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KCC는 지난달 11일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와 전략적 제휴를 위해 삼성물산 자사주 899만주(지분율 5.79%)를 주당 7만5천원에 장외시장에서 매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26일 제일모직과의 합병 발표 당시 삼성물산 1주의 합병 기준 보통주 주가가 5만5천767원이라고 발표했는데, KCC가 이보다 34.5%나 높은 가격에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더욱이 삼성물산의 주가는 이날 장중 매입 당시 가격보다 7천400원 낮은 6만7천600원에 거래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선 KCC가 비정상 거래를 통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KCC 지분 12.19%를 보유한 2대 주주로, KCC의 지분 거래가 주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손실을 입힌 것이 확인되면 배임과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는 명분이 약화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보다 주주가치와 같은 근본적인 시장 원칙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최근 1년간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합병 및 영업양수 안건 3개에 대해 모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같은 기간 투자위원회가 14개 중 3개만 반대 또는 기권을 결정한 것과 대비된다.

SK와 SK C&C의 합병 반대와 모비스의 사외이사 재선임안 반대 모두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내린 결정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민감한 의결권 행사 문제를 결정할 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권한을 넘겨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도 이달 중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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