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투표는 끝났다. 그리스 국민은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압도적 표차로 반대했다. 애초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60%를 넘는 국민이 반대를 선택했다. 압도적이다. 그리스 사태는 이제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그리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 혼란도 극심해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그리스 국민투표는 승자없는 싸움이다. 그리스 정부와 국민, 채권단 모두 진 게임이다. 이번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 존립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수없이 반복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논란으로 유럽연합(EU) 창설의 정신은 훼손됐고, 1999년 출범한 단일통화 유로화의 운명도 위기론에 휩싸였다.

그리스 위기가 2009년 10월에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장래가 어둡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스 채권단의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 문제가 2030년까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극히 비관적 전망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앞으로 15년간 부도위기→채무협상→유로존 탈퇴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건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경제력이 뛰어난 독일과 부실한 그리스가 하나의 통화를 쓰다 보니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가 극명히 엇갈린다. 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자극한다. 멕시코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가 미국과 환율을 똑같이 적용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단일통화 체제의 불합리함이 수년간 지속되다 보니 그리스를 비롯한 낙제생들이 나오게 됐다. 경상적자를 기록한 부실국가들은 재정을 동원해 적자를 메웠고, 막대한 정부부채와 민간 부채 빚더미를 떠안았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간과한 채 구제금융만 계속 제공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를 담보로 독일 등 유로존 선진국들에 '존치 비용'을 요구하고 있고, 선진국과 채권단은 '공짜 점심'은 없다며 가혹한 긴축과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의 숙제를 다시 확인했다. 당장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겠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그렉시트 이슈가 세계 금융시장을 괴롭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피그스(PIGS)로 불리는 남유럽의 다른 부실국가들 역시 언제든지 이탈을 볼모로 유로존을 괴롭힐 가능성이 있다.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를 쓰는 한 환율 조정을 하지 못하는 그리스가 경제회복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같다. 유로존 부실국가 처리 문제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해법이 나오지 힘들다는 말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처럼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유로존의 위기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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