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초 본격 가동한 매트릭스 체제에 대해 '순항 중'이라는 자체 평가를 했다.

새 체제 도입 후 자산관리(WM) 사업부문의 실적이 호조를 보였고, 기업투자금융(CIB) 사업부문에선 인프라 구축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 '순항' 평가 이유는 = 신한지주는 30일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WM과 CIB 부문을 통합 운영하는 그룹의 사업부문제가 순조롭게 정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12월 '신한 PWM(개인자산관리) 서울센터 1호점'을 시작으로 WM 사업부문을 출범했다.

올해 1월에는 신한은행의 CIB 부문 임직원 150여명이 신한금융투자의 투자은행(IB) 부문 인력과 공동 근무 체제를 갖췄다. 매트릭스 체제가 본격 출범한 것이다.

신한지주가 새로 도입한 사업부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이유는 WM 사업부문의 첫 3개월 성과를 모니터링 한 결과, 조직이 순조로운 실적 증가세를 보이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기간에 4개 PWM 센터에선 신한금융투자를 통한 상품 가입 실적이 약 6천500억원에 달했다.

PWM 센터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은 은행과 증권이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위치해 성격이 다른 두 업권의 상품과 금융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PWM 센터를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83%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CIB 사업부문 또한 기업고객 대상 '원스톱'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기업금융담당자(RM)들이 공동 영업을 통해 기업의 니즈를 파악하는 '듀오(Duo) RM' 제도와 양사의 상품ㆍ서비스 전문가(PM)들이 함께 참여하는 'PM 협의체' 등의 기반 구축 작업이 이뤄졌다.

듀오 RM 체제를 도입하고 나서 한 분기 동안 취급한 '딜'의 규모는 약 5천억원에 달했다.

신한지주는 기업과의 관계 형성에서부터 솔루션 제공까지 많은 정보와 경험 축적이 필요한 CIB 영역의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양질의 서비스 제공 여지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CIB와 IB의 업무영역 간 '이해상충방지체계(Chinese Wall)'를 엄격히 지키는 장치도 갖춰나갈 예정이다.

▲ 매트릭스 도입 배경과 과제는 = 신한지주는 작년 6월 한동우 회장이 그룹운영체계 개선안을 발표한 후 계열사의 공통 사업부문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매트릭스 조직 도입에 착수했다.

단순한 예ㆍ적금보다 각종 금융기법이 가미된 융ㆍ복합 상품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한 점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공통 사업부문의 협업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신한지주가 도입한 매트릭스 체제는 조직 내 전 사업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WM과 CIB 사업부문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매트릭스 조직에서 각 사업부문 책임자의 권한과 위상이 은행과 금융투자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정한 범위 내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출범 초기 신한형 매트릭스 체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조직 안팎에선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먼저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단순히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좀 더 수준 높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분석이다.

외국의 대형 은행들과 달리 국내 영업 비중이 큰 국내 금융지주사는 매트릭스 체제 도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조직 안팎의 비관론도 여전하다.

의견 통합 과정에 문제가 생겨 조직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라 신한지주가 도입한 사업부문제의 성패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성과를 인정받으려면 은행과 증권이 단순히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한 발 더 나가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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