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러다가 서울 외환시장이 중국집에서 또 반란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130~1,140원의 좁은 박스권 등락만 거듭하는 데 대한 외환 당국자의 농담 섞인 진단이다.

서울환시의 중국집 반란 사건은 2000년 8월 중순 서울 명동의 한 중국집에서 외환딜러 등 환시 관계자들이 당국의 개입에 따른 외환변동성 축소에 거세게 항의한 사건을 일컫는다.

2000년 6월초부터 8월말까지 개월동안 달러화는 1,114원을 중심으로 일중 3원 내지는 1원 미만만 움직이는 답답한 장세를 이어갔다.

당시 환율 움직임이 고정된 이유는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과 수급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거래량이 평소의 3분의 1수준으로 격감했고 딜러와 중개인 등은 극도의 무기력감에 시달려야 했다.







< 2000년 달러-원 환율의 일봉차트. 9월 초순까지 변동성이 극도로 제한됐다가 이후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급기야 참다 못한 서울 환시 관계자 50여명은 그 해 8월 중순 서울 명동의 한 중국집에 모여 당국에 대항하기로 결의를 모았다.

당시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으로 환율이 꼼짝도 않고 거래가 위축된 만큼 서울 환시 참가자들도 당국의 시장 컨트롤에 맞서 태업을하자고 결의한 것이다.

외환딜러 태업이라는 전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고이 같은 사실은 인포맥스를 통해 전 세계 금융시장에 타전됐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외환 당국도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것 같다.

이 당국자가 12년 전에 일어난 일을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달러-원 환율 움직임도 위 아래가 막혀 움직임이 제한된 가운데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당시와닮았다.

견조한 무역수지 등 국내 펀더멘털 요인만 보면 아래 쪽이 유력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및 대외불안 요인 등은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의 일봉차트. 이동평균선이 수렴하는 가운데 지난주 거래량도 급감했다>



또 다른 외환 당국자는 최근 매일 10원 이내의 움직임을 보이는 서울 환시에 대해 폭과 깊이가 좋아졌다고 평가하는 등 최근의 장세를 즐기고 있는 듯 하다.

그는"한국 펀더멘털에 따른 원화자산 투자는 달러-원 단기 변동성이 축소되더라도 장기적인 달러-원 환율 하락 가능성을 보고 들어온다"며 "외환시장 변동성 축소는 그런 원화 자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환변동성 축소에 따른 외환시장의 거래량 감소 가능성 역시 크게 우려할 요인이 아니라고 내다봤다. 달러화 변동폭은 적었으나 NDF투자자들의 거래량은 크게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환시는 생각이 좀 다른 듯 하다. 변동이 제한되면 에너지가 축적되고 태풍이 오기 직전이 더 고요한 법이라는 게 일부 환시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숨 죽이고 있는 서울 환시가 중국집에서 진짜 반란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당국자들도 좀 더 긴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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