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대형 인수ㆍ합병(M&A)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한동안 잠잠하던 대형 M&A가 홍수를 이루면서 모처럼 투자은행(IB) 업계도 쏟아지는 일감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IB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정책적 배려 덕에 일부 대형 M&A에 참여하는 수준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다.

30일 M&A시장 등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빅딜'은 ING아시아태평양법인, 동양생명, 교보생명 지분(캠코/대우인터 보유) 매각 등 보험사 딜과 하이마트ㆍ웅진코웨이ㆍ전자랜드 매각 등 유통사 딜, 한국항공우주(KAI)와 쌍용건설 등 공공 딜로 나뉘고 있다.

29일에는 우리금융지주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매각 발표로 '빅딜' 목록에 추가됐다.

우선 올해 최대 M&A로 꼽히는 ING아시아태평양법인 매각은 외국계 IB 일색이다.

매각 대상 가운데 한국법인의 규모가 가장 크긴 하지만 아시아사업 전반을 매각하는 작업이라는 특징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매각 자문사에는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이 꿰찼다. 인수 측 자문사도 외국계 IB가 독식하고 있다.

인수 후보군인 푸르덴셜은 BoA메릴린치와 다이와를 선정했고, AIA는 모건스탠리와 도이츠방크를, 메트라이프는 크레디트스위스를 자문사로 낙점했다.

메뉴라이프 역시 외국계 IB인 씨티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인수전에 뛰어든 KB금융지주와 대한생명도 각각 HSBCㆍ바클레이즈와 UBS를 파트너로 꼽았다.

교보생명과 삼성생명도 인수전에 참여할 예정인데 대형 외국계 IB가 대부분 자문사로 선정된 상태여서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한화그룹 계열의 대한생명과 사실상 단독 매각 협상이 진행중인 동양생명의 경우, 매각 주간사는 크레디트스위스와 다이와, 우리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그나마 국내 IB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나 메인은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IB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중인 교보생명 지분 매각 작업에는 외국계 IB와 함께 국내 IB도 포함됐다.

자산관리공사 딜에는 바클레이즈와 삼성증권이, 대우인터내셔널 딜에는 맥쿼리와 우리투자증권이 매각 주간사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주로 국내 투자자 모집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의 매각도 외국계 IB인 씨티와 골드만삭스가 매각 주간사로 활약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웅진코웨이 주간사단에 합류할 예정이긴 하지만 '메인'은 아니다.

공공딜 성격을 갖고 있는 KAI와 쌍용건설 매각에서는 그나마 국내 IB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KAI 매각에서는 산은M&A실과 삼성ㆍHMC투자ㆍ미래에셋증권이 주간사로 낙점됐고, 외국계 IB 한 곳은 추가로 선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외국계 IB를 뺀 4곳은 모두 주주협의회 소속 기업들의 계열 증권사다.

쌍용건설 매각 주간사는 언스트앤영과 신한금융투자가 맡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에서는 삼성ㆍ대우증권과 JP모건이 주간사로 재선정됐다.

공공딜에 국내 IB를 껴주기로 한 정책이 한 몫한 결과다.

국내 IB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국내 IB가 트렉레코드를 쌓아오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몇몇 증권사로 한정돼 있다. 이 정도도 대단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다른 IB 관계자는 "계열사라는 이유로, 또는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 IB가 매각 주간사로 선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보다 딜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우리투자증권이 다양한 빅딜에 참여하고 있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다. 국내 IB가운데 거의 유일한 톱티어(Top-Tier) 그룹에 속하는 곳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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