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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 반 윙클(Rip van Winkle)은 네덜란드계 미국인으로 뉴욕의 작은 마을에 산다. 어느 가을날 그는 사냥총을 들고 애견과 함께 산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립은 옛날 네덜란드풍의 복장을 한 기묘한 사람들이 운동경기를 하면서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경기를 구경하면서 그곳에 있는 술을 한잔 마셨는데, 술기운이 돌자마자 너무나 졸려서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이튿날 눈을 뜨자 주위에 사람도 없었고, 데려왔던 개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마을로 돌아온 립 반 윙클은 마을의 모습이 완전히 변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얼굴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자기 집에는 잔소리꾼 아내도 사라진 것이다! 예전에 집 벽에 걸려 있던 조지 3세의 초상화조차 워싱턴 장군이라고 쓰인 낯모르는 남자의 그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윽고 자신을 보러 몰려온 사람들과 이상한 문답을 나눈 뒤에야 립은 시대가 완전히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산에서 잠든 사이에 엄청난 시간이 지난 것이다. 하룻밤이라고 생각하였던 기간이 사실은 20년의 세월이었다!

미국의 소설가, 워싱턴 어빙이 쓴 <립 반 윙클>이라는 작품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종종 나는 립 반 윙클이 되기를 꿈꾼다. 물론 내가 자는 동안 세월이 20년이나 흐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기를 꿈꾸는 일이야... 비단 나 혼자만의 망상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여러분들도 혹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가? 현재가 답답할 때, 일이 잘 안 풀릴 때, 뜻대로 무언가가 잘 되지 않을 때... 마치 마법처럼, 기적처럼, 순식간에 세상이 바뀌기를 꿈꾼다. 물론 그게 실현 불가능한 ‘몽상’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이 최근 매우 지루하다. 한동안은 2,000~2,050의 범위 안에서 움직이더니 요즘은 레벨이 한 단계 낮아져 1,950~2,000의 범위가 되어 버렸다. 위든 아래든 어디론가 좀 움직여주었으면 좋으련만(물론 주가가 아래쪽으로 처박히기보다 위쪽으로 치솟기를 바라는 것이야 모든 투자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겠으나) 좀처럼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립 반 윙클처럼 한숨 푹 자고 나왔더니 세상이 바뀌어 있더라... 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나? 이번 주 화요일은 근로자의 날로 주중에 하루 휴식일이 끼어 있다. 혹시 그날 하루 푹 쉬고 나면 그 이후부터 주가의 방향성이 드러날까? 제발!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지난 주말 기준으로 단기지표인 스토캐스틱은 바닥에서 반등하면서 %K곡선과 %D곡선이 서로 교차하는 상태, 즉 골든크로스를 나타내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매수’ 신호이다. 이번 주에 지수가 반등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일단은 밝은 소식이다.

하지만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 본다면, 스토캐스틱이 매수신호를 나타내어봤자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금세 드러난다. 왜냐하면 스토캐스틱은 5일간의 고점과 저점, 그리고 최근 종가와의 관계를 이용하여 만들어지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산출되는 기간이 짧으니 단기지표일 수밖에 없다. - 다시 말해 신호의 효력이 오래가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주 초반에도 스토캐스틱은 매수신호를 나타내었으나, 코스피지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미한 반등에 그쳤다. 그랬으니 이번 주라고 하여 다를 바 없겠다. “이번만은 다르다”라는 말을 사람들은 종종 주장하지만, 똑같은 신호를 두고 이번 주는 지난주와는 달리 큰 폭의 반등이 나오리라 우길만한 근거는 없다. 지난주처럼 약간의 반등만으로 그칠 가능성이 더 높다.

좀 더 부연한다면, ‘약간의 반등’을 주장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로, 시장의 에너지 혹은 체력을 알려주는 RSI가 내내 하락세이다(부진한 거래량이며 삼성전자로만 쏠리고 있는 시장의 상황은 굳이 들먹이지 않겠다). 시장의 힘이 허약한데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로, 일목균형표에서 현재의 지수는 구름 안에 있다. 주가가 구름 안에 머물러 있을 때 방향성은 상실되기 마련. 큰 폭의 움직임은 기대 밖일 터.

결론적으로... 이번 주 역시 지난주의 되풀이가 될 공산이 높다. 주 초반에 약간의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겠으나 그래 보았자 의미 있는 반등은 아닐 터. 내내 지루할 것 같다.

(달러-원 주간전망)

달러-원도 같다. 일목균형표부터 살핀다. 코스피지수와 마찬가지로 달러-원도 구름 안에 갇혀있는 형국. 그러기에 결론부터 말하여 달러-원 환율이 구름 안에 있는 한, 뚜렷한 방향성을 드려내기는 어렵겠다.

그래도 달러-원은 위쪽보다는 아래쪽으로 움직일 공산이 높다. 단기지표인 스토캐스틱이 매도신호인 것은 우리가 짐작할 수 있으니(코스피지수의 기술적지표와 달러-원의 기술적지표는 종종 반대방향으로 신호가 일치한다. 예컨대 코스피지수의 기술적지표가 매수신호라면, 달러-원의 기술적지표는 매도신호를 나타내는 식. 그 이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단은 방향이 아래쪽일 수밖에 없다. 물론 단기지표인 스토캐스틱의 매도신호인지라 큰 위력은 없겠다. 코스피지수와 같다.

다만, 달러-원의 경우는 단기지표는 물론이고 비교적 중장기지표인 MACD마저 매도신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저 단기지표만이 아니라 중장기지표마저 가세하였다면 그냥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방향은 하락이면서 자칫 하락폭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MACD는 꽤 신뢰도가 높다. 산출하는 기간도 26일에 이르므로 하루 이틀의 움직임으로 신호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역시 구름에 갇혀있으니 제가 아무리 많이 움직여보았자 (부처님 손바닥이 아니라)구름 안이겠다. 어떻든 달러-원의 방향은 아래쪽이고, 아울러 변동폭이 조금은 더 클 수도 있겠다.

일목균형표 구름의 상단은 1,137원이고 구름의 하단은 1,125원 언저리. 위로는 저항선이 1,137원 수준에서 막혔고, 아래로는 지지선이 1,125원이라는 의미. 지난주 금요일의 종가가 1,135원인즉 구름의 범위를 고려할 때 아무래도 위보다는 아래쪽이 넓어 보인다. 왜냐하면 종가 기준으로 위로 올라가보았자 1,137원, 즉 +2원 정도이지만, 아래로는 최대 1,125원까지, 즉 -10원 정도의 ‘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크겠다.

단기지표도, 중장기지표도 모두 매도 일변도이고, 일목균형표로도 아래쪽 가능성이 높은즉 포지션은 ‘숏’을 위주로 하고 싶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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