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폭락세가 이어지는 중국 증시가 1990년대 한국 증시에서 교훈을 찾아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0년 한국의 증시안정기금 설립과 깡통계좌 문제는 현재의 중국증시 환경과 유사하다.

9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1985년부터 이어졌던 코스피 대세 상승장은 1989년 4월 1,015를 찍고 같은 해 9월까지 45% 폭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투자자들의 대규모 집회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989년 12월 '12-12 증시안정화 정책'을 시행, 대규모 증시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주식매입, 증시안정기금을 설립해 금융기관을 통해 차익매물을 소화, 개인 신용거래 확대가 주요 골자였다.

개인 수급 확대를 위한 신용융자 확대는 계속된 주가 하락으로 깡통계좌(신용거래 이후 주가하락으로 원금까지 미상환된 계좌)의 반대매매를 조장해 주가 하락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신용거래 확대에서 발생한 깡통계좌 문제를 일괄 반대매매로 해결했고 증시안정기금은 반대매매 물량을 소화하는데 사용했다.

단기 수급의 불균형으로 시장은 급락했지만 깡통계좌 정리이후 코스피는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내외 환경에서 분명한 차이는 있지 한국의 증권안정기금설립과 깡통계좌 문제는 현재 중국 증시가 겪고 있는 환경과 상당부분의 유사점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신용거래에 따른 투매와 반대매매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돼야 변동성 축소와 추세적 상승이 가능하며 증시안정기금의 단기 효과는 미비하지만 6개월 이상의 과정을 거쳐 수급 안정에 가시적 효과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중국 본토 증시는 정책당국의 유례없는 증시 부양책에도 끝을 알 수 없는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전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초반 가격제한폭 부근인 8.2%까지 하락하며 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지난 2주간 상하이종합지수는 31.5%, 심천종합지수는 39.2% 하락했다.

이날도 상하이종합지수가 3%대의 급락를 기록 중인 가운데, 중국 A주와 홍콩 H주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 영향도 측면에서 중국 증시의 방향성은 투자심리와 외국인 수급에 중대 변수가 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그리스보다 중국증시가 더욱 우려스럽다는 경고음이 나온다"며 "과도한 조정으로 중국증시는 장부가치에 접근했지만 시장의 동의가 우선인 증시 부양책에는 아직 미흡하고 향후 2~3주간 신용거래가 더 소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금융 시장으로 전환이라는 금융 개혁 내에서 수급 확장, 금융주 리레이팅, 매출이 아닌 이익 개선의 확신이 있는데다, 선강퉁 시행, MSCI 지수 편입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남아있다"며 "변동성을 동반한 기간조정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중장기적 추세에 긍정적인 시각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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