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삼성그룹 계열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실적과 주가에서 건설명가인 현대계열 건설사를 압도하면서 건설 및 플랜트 부문에서도 삼성 제일주의(第一主義)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최근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 등 건설ㆍ중공업 부문 대표를 소집한 자리에서 역할 분담론을 강화해, 그룹 차원의 힘이 삼성가 건설사에 실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30일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이에 따라 '건설하면 현대'라는 공식도 이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실적이 '말해준다'= 우선 삼성가와 현대가 건설사들의 1.4분기 실적이 현재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삼성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범 현대계열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1분기 매출(2조6천616억원)과 영업이익(1천893억원), 당기순이익(1천436억원)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각각 46.2%와 16.9%, 18.3% 증가했다.

삼성물산도 각각 26.6%와 4.9% 늘어난 매출(5조9천434억원)과 영업익(1천746억원)을 1분기에 달성했다. 당기순익(1천306억원)은 6.4% 줄었다.

이 같은 경영실적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전망치(화면번호 8031)와 부합하는 수준이다. 삼성엔지의 영업익은 전망치보다 오히려 11.2%나 높았다.

현대건설은 1분기(IFRS 연결기준) 전년동기대비 18.4% 늘어난 매출 2조7천55억원과 7.4% 많아진 영업이익 1천531억원을 보였다. 당기순익은 2.2% 준 1천247억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시장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영업익과 당기순익은 컨센서스에 8.0%와 6.6%나 밑돈 수준이다. 현대건설의 저조한 성적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현대산업개발도 매출 10.1%, 영업익 38.8%, 당기순익 43.6%나 급감한 수준의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전망치에도 매출과 영업익, 당기순익은 모두 12.6%와 11.5%, 4.7% 하회했다.

▲ 주택부문 부진이 '명암' 갈랐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고질적인 주택부문의 손실탓에 시장전망을 밑도는 성적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국내 주택 1개 현장에서 미분양에 따른 매출감액으로 170억원의 원가가 추가로 계상됐다. 이에따라 1분기 주택 원가율은 99.9%를 보이는 등마진을 거의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도 대형 자체사업인 해운대 우동의 상가와 업무시설 분양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또 수원 권선 2차 사업의 입주도 지연되고 있는 등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반면 삼성엔지와 삼성물산은 최근 몇년간 엔지니어 인력을 대규모로 충원하며 해외부문에서 기록적인 외형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우수한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 대약진을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삼성엔지는 지난 2005년 1조1천억원의 매출에서, 2007년 2조3천원, 2009년 4조원, 2011년 9조3천억원을 기록하는 등 2년마다 두 배가 넘는 신장세를 이뤄내고 있다.

▲ 주가는 '알고 있다'= 이미 주식시장은 삼성그룹 건설사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반면 현대가 건설사에 대해 유보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시공능력순위 2위의 삼성물산과 21위의 삼성엔지는 전장기준 시가총액 12조원과 8조6천억원으로 국내 건설사중 1.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지난 1962년 도급한도액(현 시공능력평가순위) 발표가 시작된 이후 5개년을 제외하고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시가총액 8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특히 현대건설은 지난해 5월2일 시가총액 10조1천222억원을 기록하는 등 건설사 중에 가장 먼저 10조원 클럽에 가입한 건설명가라는 점에서 현재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현대차,기아차 등이 승승장구하는 현대차그룹에 인수한 직후 시가총액만 2조원 이상 허공에 날아간 셈이기 때문이다.

시공순위 8위 현대산업개발의 시가총액은 1조8천억원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는 건설분야에서까지 '현대 vs 삼성'의 양자 경쟁 구도로 바라볼 필요가 없으며, 모두 좋은 성적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문욱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작년 4분기에 한꺼번에 반영했던 대손 충당금을 올해는 1분기부터 조금씩 쌓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흥익 대우증권 연구원도 "삼성계열 건설사는 워낙 잘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현대차 그룹에 편입된 이후 실적개선이 진행 중이다"고 진단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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