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28일 국채선물시장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출발할 전망이다. 연말을 맞은 시장의 관망심리 속에 변동성이 제한된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전일 장 종료 이후 발표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는 기준금리 정상화가 지연되겠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시장 참가자들이 느끼는 현재의 절대금리 레벨 부담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1월 금통위 당시 다소 공격적인 매파 발언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글로벌 중앙은행 간의 정책 공조를 누구보다 강조했던 김 총재지만 당시에는 주요 신흥국들의 금리 인하 결정을 각국 상황에 따른 것으로 평가했고, 무엇보다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밝히며 향후 완화보다는 긴축의 방향으로 나가고자 함을 역설했다.

당시 금통위는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황에서 기존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변경했다. 기존의 '물가 안정에 보다 중점을 두겠다'는 문구를 생략함으로써 성장과 물가를 모두 중립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공표던 것이다. 이 같은 대외여건 변화와 통화정책방향 문구 수정에도 김 총재는 다소 강한 매파적 스탠스를 내비치며 해당 발언의 진의에 대해 일부 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을 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김 총재의 당시 발언들은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한 쏠림 현상을 경계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외경기 여건이 악화되고 금통위의 통방문구까지 수정된 상황에서 시장의 심리가 다소 과도하게 쏠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정상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알리는 동시에 이에 대한 리스크(인하에 대한 쏠림 현상) 헤지 과정도 철저히 고려했던 셈이다.

실제 김중수 총재의 발언을 듣다 보면 통화정책은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주는 것보다 차라리 아무런 방향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는 개인적 철학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총재 부임 이후 그의 금통위 기자회견 발언이 금리인상 결정에도 동결 시의 발언처럼 느껴지거나, 금리동결 결정에도 금리 인상 시의 입장처럼 해석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내년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분분하다. 대외경기 여건에 따라 금리동결과 인상, 인하 세 가지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황이다. 매달 열리는 금통위에 대한 시장의 해석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혼선도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김중수 총재의 기본적인 통화정책 철학과 리스크 헤지 방법을 염두에 둔다면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한 불필요한 혼란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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