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친형인 이맹희 씨가 제기한 유산소송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자신이 직접 조성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08년 특검 당시에는 이 회장의 차명주식이 선대 회장의 유산으로 인정돼 비자금 의혹에서 벗어났지만, 이번에 새롭게 차명주식이 드러나면서 자금출처와 횡령 여부에 대한 의혹이 다시 제기되는 것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변호인단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상속소송에 대한 변론서에서 이맹희 씨가 상속분할을 주장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서는 "상속권을 주장해 유산 분할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상속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법적시한(상속권 침해된 지 10년 내 또는 상속권 침해 사실인지 후 3년 내)'이 지났기 때문에 소송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 변호인단은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대해서는 이번에 새로운 논리를 앞세워 반박했다.

이 회장 측은 변론서에서 "선대 회장이 물려준 삼성전자 주식은 이미 처분했고, 현재 단 한 주도 남아 있지 않다"며 "차명으로 보유했던 225만여 주는 이 회장이 별도로 사 둔 주식"이라고 주장했다.

유산으로 물려받은 주식은 이미 처분한데다가, 이번에 소송 대상으로 지목된 차명주식은 상속받은 것이 아닌 만큼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장 변호인단으로서는 소송의 승리를 위해 차명주식이 상속받은 것이 아니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카드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08년 진행된 '삼성 특검' 당시 내려졌던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유산'이라는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는 점이 문제다.

당시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차명주식을 소유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회장 측은 차명주식이 유산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결국, 특검은 이 회장 쪽의 주장을 받아들여 횡령이 아닌 조세포탈 혐의만을 적용해 1천억원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 회장 측은 당시 특검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자체적으로 조성한 차명재산'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논란이 재연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개혁연대는 "특검 당시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은 비자금을 조성해 구입한 것이 아니라 모두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밝힌 주장대로라면 특검 당시에는 비자금에 대한 의혹을 회피하려고 일부러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차명재산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 회장이 차명주식을 보유한 이유와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떳떳한 돈이었다면 왜 굳이 차명으로 보유한 것이며, 거액이 차명주식을 무슨 돈으로 사들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도 "특검 당시에도 막대한 차명주식이 횡령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많았지만, 삼성은 유산이라고 주장하며 빠져나갔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스스로 차명주식을 조성했다는 점을 인정한 만큼, 무슨 돈으로 왜 그랬는지에 대한 검증이 요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관계자는 "특검 당시에는 삼성전자 차명주식 등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 그때 수사결과가 뒤집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비자금 등 각종 의혹과 연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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