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현재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롯데그룹이 모두 인수한다면 독과점 여부를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무엇일까.

시장 점유율과 전자제품 유통업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롯데가 일단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2일 관련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조건부 승인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일부 지역이나 판매 품목상 경쟁제한적 요소가 고려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베이의 G마켓 인수, 롯데쇼핑의 CS유통 인수 때 공정위가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내린 전례가 있다.

이베이는 3년간 쇼핑몰 등록 판매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 금지 등의 조치를 받았고, 롯데쇼핑은 일부 지역의 CS유통 점포를 매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현재 국내 전자제품 전문점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같은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형 전문점과 삼성전자의 리빙프라자, LG전자의 하이프라자와 같은 제조사 직영점 등이, 그밖에 집단상가와 대리점 등으로 나뉘어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하이마트가 약 35%의 시장점유율로 1위이고, 리빙프라자가 20%, 하이프라자가 15%, 전자랜드가 9% 정도로 뒤를 이었다.

그밖에 전자제품을 파는 집단상가와 대리점 등이 2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약 44%. 롯데가 이들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가전 판매 부문을 합쳐도 50%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하이마트ㆍ전자랜드'와 리빙프라자, 하이프라자 등 3개 사업자의 점유율은 거의 80%에 육박하게 된다.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독과점을 규제하는 공정위는 상위 1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50%, 상위 3개 사업자가 75%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규제한다.

또, 집단상가와 다른 대리점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 걸쳐 영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개 사업자만 놓고 볼 수도 있다.

4개 사업자 중 하이마트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랜드가 한 자리 수 점유율만 차지해도 50%가 넘는다.

게다가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가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 상품을 파는 직영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망을 갖추고 여러 브랜드의 전자제품을 다량으로 취급하는 업체는 사실상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밖에 없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의 매장은 400여 개를 웃돈다.

그렇다고 공정위가 롯데의 하이마트ㆍ전자랜드 인수 자체를 막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까지 전자제품 취급점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들 채널을 통해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시장구획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 중 하나다.

지난해 리빙프라자는 7%, 하이프라자는 20.4% 가량의 매출 신장을 거뒀다.

저가 TV 등을 내놓으며 공세를 펼치는 대형 유통업체의 동향도 참작할 수 있다.

공정위는 2008년 이베이의 G마켓 인수에 대한 사전심사에서 오프마켓 점유율만 놓고 보면 무려 87.5%에 달하지만, 소비자들이 오픈마켓과 인터넷 쇼핑몰을 구별없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오프마켓인 11번가의 시장점유율 상승도 조건부 승인의 이유가 됐다.

결국, 공정위는 롯데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동시에 인수하더라도 기업결합 승인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제한을 두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을 내릴 수도 있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며 "롯데가 만약 두 업체를 모두 인수한다면 전자제품 전문점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펌의 M&A 전문 변호사는 "롯데가 하이마트와 전자랜드를 동시에 무리하게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만약 동시 인수하더라도 기업결합 승인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전자회사에 대한 롯데의 전자제품 구매력 증가와 일부 지역의 소비자 선택권 제한 가능성, 일부 품목의 시장 점유율을 고려해 수수료 규제와 점포 정리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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