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GS그룹은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단골' 손님이다.

뛰어난 현금창출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더 성장해 나가는데 한계가 있었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M&A를 최선의 전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줄기차게 시도한 M&A에서 GS그룹은 번번이 미끄러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허창수 회장의 성격이 너무도 신중하다 보니 과감한 '베팅'이 필요한 M&A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뒷말이 따랐다.

허 회장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재무ㆍ회계통으로 불리며 '공격' 보다는 '방어'의 경영전략을 구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2009년 쌍용(현 GS글로벌)을 인수하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여전히 '메가딜 울렁증'이 심해 확실한 성장동력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가딜' 번번이 고배…M&A 낙제생 = 허창수 회장은 GS그룹 출범 초기부터 그룹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M&A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밝혀왔다.

실제 GS그룹은 그간 국내에서 진행돼 온 대규모 M&A에는 빠짐없이 참여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2005년 인천정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SK에너지에 밀렸고, 2007년에는 하이마트 인수 직전에 유진그룹에 고배를 마셨다. 당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도 인수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8년 초에는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하다 중도에 포기했고, 같은 해 4월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략상 실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포스코와의 컨소시엄을 입찰제안서 제출 직전에 파기한 것이다. 당연히 뒷말이 따랐다.

현대오일뱅크도 인수하려고 했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현대중공업의 벽에 막혔다.

이처럼 GS그룹이 대부분의 메가딜에서 연이어 실패하면서 '빅딜에 약하다'는 오명을 얻어야 했다.



◇GS글로벌, 시너지 아직은 약하네 = 그나마 GS그룹이 그간 M&A 시장에서 보여온 실패담을 거둘 수 있었던 계기는 ㈜쌍용(현 GS글로벌)을 인수하면서부터다.

허창수 회장의 사실상 첫 성과였다. 인수 당시 시장에서의 평가도 좋았다.

GS글로벌의 규모가 부담스럽지 않았고, 사업 다각화 전략 차원에서 시너지도 기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사업인 에너지와 유통, 건설 부문의 해외 사업에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기대했던 시너지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석유화학제품 트레이딩 등의 사업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K-IFRS 연결기준으로 GS글로벌의 매출은 지난해 3월 5천939억원에서 작년 말에는 2조8천969억원으로 크게 확대됐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4억원에서 36억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2010년 말 디케이티 인수 이후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자회사인 디케이티는 2010년 영업손실이 291억원에서 지난해 346억원으로 확대됐다.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6월 이례적으로 직접 디케이티 공장을 방문해 "디케이티가 GS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높이고 사업모델을 다양화해 글로벌 중공업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 나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GS그룹의 일원이 된 이후, 신성장사업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GS칼텍스와 석유화학, 석유제품 트레이딩 및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한 투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GS건설과는 국내외 사업장에 철강 등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 사업 발굴 등도 함께 추진하고 있고 GS홈쇼핑, GS리테일과 함께 해외 제품을 소싱해 오는 등 각종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확대해가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명확한 수치로 그러한 시너지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딜에 집중…실패도 적잖아 = 2005년 GS홈쇼핑은 중국 충칭에 지분 100%를 소유한 현지 법인을 통해 홈쇼핑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외국 홈쇼핑 업체는 지분 50%를 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자 청산 절차를 밟아야 했다.

2009년에는 인도의 'TV18 HSN Holdings'의 지분 15%를 214억원에 인수해 인도 홈쇼핑 시장에 진출했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다.

매출은 2009년 499억원에서 2010년 642억원, 지난해 1천175억원으로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상태인 회사다.

중국과 인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GS홈쇼핑은 눈을 동남아로 돌렸다.

지난해 10월 태국 현지 미디어그룹인 트루미디어와 손잡고 '트루 GS'를 출범해 현지화 전략에 나섰다.

또 올해 2월에는 베트남 현지 TV홈쇼핑사인 '비비홈쇼핑'에 총 35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베트남 진출도 공식화했다. 아시아 홈쇼핑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GS칼텍스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발맞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하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2차전지 소재사업과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에는 GS칼텍스는 국내 친환경 리사이클 플라스틱 제조 업체인 삼일폴리머를 인수하기도 했다.

같은해 인수한 GS플라텍(구 애드플라텍)은 폐기물 에너지화 분야의 원천기술과 다수의 국제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은 별로 좋지 않다. GS플라텍은 2010년 37억1천만원 영업손실을 낸데 이어 지난해에도 27억4천800만원의 적자를 봤다.

2010년 11월 인수한 폐촉매 재활용 전문업체인 다우메탈(현 GS에코메탈)은 2010년 7억5천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지난해에는 4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알짜 매물'로 나온 웅진코웨이, 성공할까 = 그간 메가딜에서 발을 뺐던 GS그룹은 최근 하이마트에 이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도 뛰어들면서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그간 번번이 실패했던 메가딜 울렁증을 이번에는 떨쳐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GS리테일은 9일 웅진코웨이 예비입찰제안서를 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GS그룹이 이번에도 끝까지 갈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M&A 시장에서 발만 담그다 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GS그룹의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워낙 현금이 많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관계자는 "GS의 올해 목표액만 3조1천억원에 달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목마른 GS그룹으로서는 웅진코웨이가 반드시 인수해야 할 매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너가 워낙 신중한 스타일이라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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