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퇴사시 위로금 없어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영국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한국 지점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임직원에게 퇴직 시점을 일방적으로 통보할 예정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RBS은행 본점은 지난달 23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단계적 철수(Staggered Exit)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단계적 철수란 사업 및 임직원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것으로 RBS 사측은 이번 주 중 임직원에게 몇 년도까지 근무를 하게 되는지 통지할 예정이다.

RBS은행 본사가 이 같이 결정한 이유는 한국 지사가 국내 고객들과 체결한 지급보증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데다 회사를 인수해 기존 보증 기간까지 대신해 줄 매수 상대방을 찾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외국계 금융 기관이 철수하려면 국내 고객들의 대출자산을 정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에 사업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전한다.

즉, RBS은행이 기존 사업을 다른 금융 기관에 매각하고 국내 고객에게 빌려준 대출 자산을 받아야 하는데 매각에 실패했기 때문에 대출계약 기간이 도래해 이를 전액 회수할 때까지는 한국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RBS은행은 지난 2월 말 아시아 사업을 정리한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달까지 매수 의사를 보이는 곳을 찾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단계적 철수는 금융위원회에서 지점 폐쇄 인가를 받은 이후에 은행 근무 인력 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 그 중 일부 희망직원을 계약직으로 다시 고용해 기존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청산 절차를 밟는다.

직원이 퇴직 시점을 고지받은 이후에는 각자 정해진 시점까지 일해야 법정 퇴직금 및 위로금이 지급되며 중도에 자진 퇴사를 할 경우 법정 퇴직금만 지급하겠다고 나서 직원 불만도 고조됐다.

중도 퇴사 시 법정 퇴직금만 지급하겠다는 사측의 방침 자체는 법에 저촉되진 않는다. 하지만 RBS은행 임직원 일부는 이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현재 RBS은행 노조는 2n+46의 조건을 내걸고 ERP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46개월치 월급에 근속연수의 두 배만큼 월급을 추가로 달라는 얘기다. 예컨대 5년 근속자는 회사에서 통보받은 시점까지 근무 후 법정퇴직금과 46개월치 월급에 10개월치 월급을 더해서 받게 된다. 회사는 1.5n+24를 제시했다.

사측이 제시한 ERP 조건은 기존 외국계 금융사의 위로금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앞서 지난 2005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내셔널호주은행(NAB)은 2n+20, 캘리포니아유니언도 2n+20의 위로금을 받았다.

또 외국계 금융사 사정도 악화돼 RBS은행 직원의 재취업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HSBC(홍콩상하이은행)은 지난 2013년 명예퇴직을 시행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주식영업부문을 철수했다. 시장에서는 영국계 바클레이즈 은행 등의 철수설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최근 외국계 은행 모두 사정이 어려워 RBS은행 직원이 자진해서 나오든 근무 기간을 채우고 나오든 재취업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며 "단계적 철수도 처음 있는 일로 이번 철수에서 직원들이 어떤 처우를 받는지 등이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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