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과거엔 중소형주가 빠지면 대형주로 옮겨가는 것이 정답이었는데 지금은 그러기도 참 애매합니다."

A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하소연이다.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던 중소형주를 계속 포트폴리오에 담아두자니 고평가 된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신저가 행진 중인 대형주로 가자니 찝찝하다. 지금이 저점인지 확신도 들지 않고, 2분기 실적도 죽을 쒔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대 조선사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5조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다.

중소형주냐, 대형주냐.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닥 신기록 행진을 이끌며 고수익을 안겨줬던 '효자' 제약·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중소형주들이 연일 급락하고 있어서다.

바닥을 뚫고 들어가던 대형주들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저점을 찍었단 평가도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한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몇몇 펀드매니저들은 대형주들을 슬그머니 포트폴리오에 넣는 모양새다.

B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중소형주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며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조금씩 대형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매니저들이 원화 약세 기대에 자동차주를 담거나 실적이 잘 나오는 화학주, 언제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은 금융주 쪽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역시 고심 끝에 70%에 달하는 중소형주 비중을 10% 줄이고 대형주 비중을 늘렸다. 현재 중소형주들이 조정을 받고있는 만큼, 안정적인 가치주로 잠시 도피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대형주를 바라보는 펀드매니저들의 시선은 아직 불안하다.

C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환율이 1천200원까지 올라가면서 대형주가 나아질까 막연히 기대하는 것이지, 막상 대형주에선 먹을 것이 별로 없다"며 "2분기 실적도 부진했고 성장 동력도 부재한 대형주를 많이 빠졌단 이유만으로 담기엔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9월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 전까지는 시장 변동성이 클 것이다"며 "이럴 때일 수록 중소형주, 대형주 가리지말고 실적이 잘 나오는 종목들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별 주가들의 움직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소신파'도 있었다.

D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중소형주가 빠지고 대형주가 좋아보인다 해서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주식을 도박이라고 보는 것이다"며 "처음에 주식을 확신을 갖고 골랐다면 믿음을 갖고 지긋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고 귀띔했다.

es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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