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상대로 전쟁을 끝낸 미국이 역사적인 출구전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르면 9월, 늦으면 12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리인상의 첫 발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순조롭게 뗄 것으로 전망된다.

출구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옐런 의장의 수완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에게 붙었던 '마에스트로'라는 칭호를 그에게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에스트로는 지휘자라는 의미가 있다. 시장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간다는 말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말 한마디로 주식시장의 자율적인 조정을 유도할 정도로 노련한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때로는 그의 말에 시장이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옐런은 스타일이 다르다. 시장이 거칠게 움직이지 않도록 미리 '마사지'하는데 능숙하다. 시장이 놀라면 진정시키고 방심하면 긴장을 불어넣는 식으로 밀고 당기기를 한다.

옐런은 이런 식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연착륙시켰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준이 금리인상 첫 테이프를 어떻게 끊을 것인지 걱정하는 시각이 많았으나 이제는 언제 금리를 올려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준이 자동적인 금리인상 행진이 없을 것임을 예고했고, 첫 금리인상 이후 완만하고 점진적인 인상을 할 것임을 시장에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금리인상 자체는 시장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옐런의 숙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상이 아니라 채권시장 자체의 불안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국채시장은 채권 품귀현상에 직면해 있다. 기준금리가 계속 낮아지다 보니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값은 계속 올라갔기 때문이다. 저금리 체제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시장 곳곳에 감춰진 채권(국채)은 금리가 올라가면 쏟아져 나오게 돼 있다. 금리상승은 곧 채권가격의 하락이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러한 채권시장 혼란의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채권 운용사들이 너도나도 물량털기에 나선다면 채권가치 폭락(금리상승)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차례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국채발행량의 80%를 사들였다. 연준이 사들인 이 채권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매각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연준의 채권 매각이 시장의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어서다. 거위 털을 하나씩 뽑듯이 티 안 나게 매각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재임 당시 연준이 채권매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신호를 줬을 때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이 일어났었다. 이에 연준은 채권매입 축소계획을 애초 계획보다 늦췄던 전례가 있다. 미국 채권시장이 이번 금리인상기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연준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연준과 재무부 등 미국 금융당국은 현재 채권시장 유동성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를 소집해 상황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 달 의회 통화정책 보고에서 채권시장 유동성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단 채권시장에서 유동성 논란이 있으나 최근 6개월 사이엔 유동성 압박이 급격히 높아지는 조짐은 없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러나 시장 주변에선 계속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옐런이 진정한 마에스트로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숙제는 채권시장 유동성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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