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변수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정례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유로존의 경기 침체가 확산하고,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ECB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유로존 경제는 더 나빠지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 일로다.

스페인을 비롯해 유로존 8개 회원국이 공식적인 경기 침체로 진입했고 유로존의 3월 실업률은 10.9%로 199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CB가 기준 금리를 낮출 준비가 돼 있다거나 장기 대출(LTRO)과 비슷한 형태로 유동성을 늘리겠다는 발표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ECB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로 동결하고 추가 정책 완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뿐 실제로 완화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달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2.6%로 ECB의 목표치 2.0%를 웃돈다는 점은 ECB가 움직일 여지를 제한한다.

ECB는 지난달 회의에서 유로존 경제가 고유가 여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지난주 경제 약세가 물가 압력의 평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CB의 역할 확대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독일도 만만찮은 걸림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 경제가 불경기에 빠지지 않는 한 독일의 자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ECB가 독일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독일이 주변국에 대해 갖는 상대적 경쟁력을 줄이고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이 이 주장에 동조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시장 참가자들은 ECB가 성명이나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부양책을 어느 정도로 암시할지 지켜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오는 6일에 열리는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가 ECB의 정책에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 전날 TV토론 중 즉석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 올랑드 후보 지지율이 64.4%로 사르코지 대통령 지지율 35.6%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올랑드 후보는 재정 긴축에 방점을 두는 유럽의 정책 방향과 ECB의 보수적인 통화 정책에 반대한다.

ECB는 그동안 부채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권력을 통제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했다. ECB는 2010년과 2011년에 국채를 매입하면서도 회원국 정부들의 강도 높은 긴축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WSJ는 올랑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러한 역학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랑드 후보는 추가 성장 조치에 더해 ECB가 정부에 자금을 공급하는 데 반대하면서도 유로존 구제기금이 ECB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길 원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큐언 애널리스트는 "프랑스의 요구가 교묘하다"면서 프랑스가 추가 긴축을 주저하거나 ECB의 권한 변경을 주장한다면 투자자들이 유럽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의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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