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김대도 기자 = 현재 세계 경기 회복이나 유럽의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건설사의 중동지역 수주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와 증권업계는 3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가 대규모 화공 프로젝트 발주를 지연시키는 배경에는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불투명성과 중동으로 유럽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측면이 겹친 결과라고 진단했다.

실제 작년 중동지역의 PF 규모는 110억달러로 2010년의 40%, 2007년의 2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축소됐다. 금융기관 대출(Loan)시장 및 채권시장 역시 2010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결과 PF 자금이 필요한 민간 프로젝트의 발주는 낮아지고, 국영 석유회사 위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우디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발주가 집중되고 있다.

주요 산유국이 몰린 걸프만협력회의(GCC)에서 발주된 프로젝트 중 사우디 비중이 2008년 21%에서 2011년 53%까지 확대됐다.

중동에서 발주 시장의 축소와 집중화는 국내 건설사끼리 경쟁을 심화시켜 수익성 하락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 크로스보더 대출시장의 50%가 유럽계 자금이라는 점과, PF시장을 전통적으로 유럽 은행들이 이끌고 왔다는 점을 감안할때 2012년 중동 지역 프로젝트 시장은 애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을 시장 추정치 700억달러보다 7% 적은 650억달러 수준으로 낮추기도 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도 "발주처가 정부라도 대규모 화공 플랜트를 완공하는 2~3년후 세계 경기 회복이 되지 않을 위험은 어쩔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려고 자꾸 발주를 지연하면서 눈치를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에서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중동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문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중동에서 발주가 지연되는 측면이 있지만 국내 건설사가 따내는 프로젝트는 주로 정부의 재원이기 때문에 자금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며 "중동발주가 지연된 것이 이상 징후거나 취소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중동 PF 시장(맨 위), 대출시장(아래 좌측), 채권시장(아래 우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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