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3.25%로 25bp 인상하고서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연장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소비자물가지수 등 눈에 보이는 지표는 낮아졌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아 물가 불안은 여전하다. 유럽의 재정위기 강도 또한 약해졌으나 경기 침체는 불가피한 구조여서 국내 경기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중국 경기는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의 기로에 있으며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도 크게 엇갈린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금통위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금통위가 올해 내내 금리동결 정책을 고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말까지 기준금리 변경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18개월 연속 금리동결이라는 새로운 기록이 써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속 금리동결 최장기간 기록은 16개월이다. 금통위는 2009년 2월 기준금리를 2.0%로 50bp 내린 이후 2010년 6월까지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금통위가 연속 금리동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하반기 이후로는 위든 아래든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서울채권시장의 관측이다.

현직 금통위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비둘기파'로 추정되는 신임 금통위원들이 대거 합류하면서다.

새로 구성된 금통위가 매파 1명, 비둘기파 5명, 중립 1명의 구도라고 분석하는 보고서도 등장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김중수 한은 총재를 중립, 박원식 부총재를 금리인상 성향의 매파로 분류했다. 그러나 나머지 외부기관 추천 금통위원은 금리인하 성향의 비둘기파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정순원 위원은 경기부양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산업계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는 점에서, 교수 출신인 하성근·문우식 위원은 개방경제 체제상 우리나라만 독자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비둘기파로 분류했다. 관료 출신인 정해방 위원과 임승태 위원 역시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메리츠증권은 "비둘기파 성향 위원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올해 저조한 성장률과 주요 신흥국들의 기준금리 인하 전환으로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은측은 금통위원의 성향을 추천 기관이나 경력만으로 예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전직 김대식 위원이나 최도성 위원 역시 초기에는 비둘기파로 분류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는 오히려 매파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며 "현직 금통위원들 역시 앞으로 어떤 성향을 보일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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