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포스코가 신용등급 개선을 위해 타법인 투자지분을 매각하고 계열사의 상장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산하지만, 유독 계열사 지분에는 손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마련한 자금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매각하고 싶어하는 지분은 경영권이 없는데다, 최근 업황 자체가 부진한 탓에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팔지 않는다기보다는 팔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포스코, 다방면으로 재무개선..유입자금은 '아직' = 포스코는 몇 년 전부터 철강 업황이 나빠지는 와중에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등 많은 M&A를 진행하면서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실제로 최근 2년 사이에 부채가 2배 이상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은 지난 2009년 말 54.5%에서 작년 말에는 92.4%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작년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그러자 포스코는 부랴부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올해는 신규차입을 자제하고 계열사나 타법인의 지분 등 유휴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관계자는 "국제 신용평가사에서 우량 등급을 유지하려면 7조원 가량의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고 해서 올 초부터 보유지분 매각과 계열사 상장 등으로 최대한 자금 마련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달 초 SKT 지분 2.90%와 KB금융지주 지분 1%, 하나금융지주 지분 0.92%를 매각해 5천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상반기 중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24.0%)을 매각하고, 포스코 특수강 IPO 작업도 연내에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입된 자금이 최대 7조원 가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던 당초 계획보다는 아직 부족하다.

더군다나 포스코는 이제 남아있는 타법인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상호 우호관계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지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교보생명 지분의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여기서 들어오는 자금은 대부분 미얀마 가스전 투자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고, 포스코 특수강 상장 과정에서 구주매출 규모도 2천~3천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나머지 계열사의 추가 상장 역시 여러 여건상 내년 이후에나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타법인 지분 매각이나 계열사 상장을 통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다.

◇계열사 지분매각 필요하지만, '인수희망자' 많지 않아 = 따라서 포스코로서는 자금의 추가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의 매각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포스코의 계열사가 70개에 달하고, 각 계열사에 대한 포스코의 지분율이 50%를 훌쩍 넘는 곳이 많아서 매각작업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재무개선 작업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포스코도 IT 관련 계열사인 포스코ICT(72.5)와 철강소재 제조사인 포스코켐텍(60.0%) 등의 지분 매각을 검토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용등급 회복이 절실한 포스코로서는 계열사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면 서두르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마땅한 인수자가 파악되지 않아 본격적인 추진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포스코 계열사의 지분매각이 쉽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경영권이 없는 지분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지분은 남겨두고 나머지 지분만 매각하기를 원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이처럼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사려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실제로 최근 삼성카드(3.64%)와 한국장학재단(4.25%)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매각 작업도, 삼성의 실질적인 지주사 지분임에도 경영권과 상관없다는 이유로 마땅한 외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근 철강 관련 업황이 워낙 악화된 탓에 사업적 시너지를 위해 포스코 계열사에 지분투자를 하려는 곳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 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해 사업적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곳은 포스코와 사업구조가 비슷한 철강이나 소재와 관련된 업체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요즘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과감한 지분투자에 나설 곳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재무개선 작업은 현재까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며 "계열사 지분 매각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진행하려는 것일 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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