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해양플랜트 손실에 따라 겪는 일시적 어려움을 조선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전망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신덕용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은 13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은의 조선업 지원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수은이 대규모 지원한 조선업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은의 부실여신은 7년 만에 3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수은이 업황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조선업에 지원을 해 혈세를 낭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커졌다.

신 부행장은 "현재 한국 조선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이 일부 선종에서 경쟁하며 제 살 깎아 먹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한국의 시장점유율을 올릴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조선업을 너무 일찍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지원을 축소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조선업을 빼앗겼다는 분석도 있다"며 조선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은이 정치적 압력에 따라 금융지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연합인포맥스가 지난달 28일 송고한 '<기자수첩> 어느 전직 수출입銀 최고위직의 고백' 참조)

신 부행장은 "조선·해외건설 분야에 대한 지원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수은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결정한 것이지 정치권의 압력에 따라 결정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은처럼 국회, 감사원, 금감원 등 삼중의 감독을 받는 기관이 정치권 압력으로 여신을 지원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소기업 지원의 경우 140명 정도의 제한된 인력이 25조원 가량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힘겨운 측면이 있다"며 "수은 중소기업 여신의 97%는 신용대출로 상업은행 여신과 큰 차이가 있어 직원의 전문성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향후 해외건설 부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신 부행장은 "저유가와 중국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건설사의 해외수주가 급감했다"며 "수은의 건설·플랜트 지원목표를 올해 27.5조원에서 내년 28.5조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수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량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금융지원 의사를 전달해 국내업체들의 해외수주를 지원할 것"이라며 "이란 제재 해제에 대비해 그동안 중단됐던 주요사업을 점검하고, 기존 네트워크의 복원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신 부행장은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와 관련해서는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하 조치에 따른 영향을 영업점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피해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인하 등의 지원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수은은 이날 원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저하된 환율피해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1천500억원을 신규 배정했다. 지원대상도 기존 엔화 약세로 피해를 본 기업에서 유로화 약세에 따른 피해 기업까지 확대했다.(연합인포맥스가 이날 송고한 '수출입銀, 올해 금융지원 81.25조원으로 확대' 기사 참조)

신덕용 수출입銀 부행장

<신덕용 부행장이 해외건설 지원확대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신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수은의 부실여신이 급증했다. 일부에서는 업황 전망이 어두운 조선업에 수은이 왜 지원을 해서 부실을 키웠냐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 우리 조선업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예상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해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벌크선 및 해양 부문 관련 발주를 제외하면 일반상선의 발주는 최근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조선업 시장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조선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일부 선종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제 살 깎아 먹는 지금이 오히려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적기다.

일본이 조선시장을 우리나라에 빼앗긴 이유로 일본 정부가 조선산업을 너무 일찍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지원을 축소하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조선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 전에 전직 수출입은행 고위임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수은이 정치권 압력에 떠밀려 능력 밖의 일(대규모 중소기업 지원)을 하면서 부실이 커졌단 말이 나왔다.

▲ 수은 고정이하여신의 75% 정도가 조선 및 해외건설에 분포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제외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 내외로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지원으로 부실이 증가했다고 볼 수 없다.

조선·해외건설 분야에 대한 지원은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은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한 것이지 정치권 압력에 따른 게 아니다.

여신과 관련한 정치권 압력은 없으며 수은처럼 국회,감사원, 금감원의 이중삼중의 감독을 받는 기관에서, 특히 요즘과 같은 투명한 사회에서 정치권 압력으로 인한 여신지원은 생각하기 어렵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작은 조직(총인원 140명, 10개지점)이 25조원 가량의 지원을 담당하고 있어서 힘겨운 측면이 있다. 수은의 중소중견기업 여신은 97%가 신용대출로 일반 상업은행 여신과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그만큼 수은 직원의 노력 과 전문성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건전한 중소·중견기업은 경제발전의 기반인 만큼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 건설업의 해외수주도 수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저유가 등에 따른 영향으로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급감했는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있는지.

▲ 저유가에 따른 영향으로 중동 발주가 감소하고 중국기업들의 해외진출로 가격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국내건설사의 수주가 전년동기 대비 43.2% 감소했다.

수은은 해외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건설.플랜트 분야에 대한 지원규모를 올해 27.5조원에서 내년 28.5조원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 수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량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금융지원 의사를 전달해 국내업체들의 해외수주를 지원할 것이다. 이란 제재 해제에 대비해 그동안 중단됐던 주요사업을 점검하고 기존 네트워크의 복원도 준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저유가에 따른 재정여력 부족으로 중동 국가들이 발주를 취소하는 상황을 고려해 시공자 금융 주선 형태로 사업전환 발주를 유도하려고 한다. 아람코, 아부다비석유공사 등 우리기업들과 계약실적이 많은 발주처에 프로젝트 금융패키지를 선제적으로 제안할 계획도 갖고 있다.

-- 수은은 환율피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천500억원을 신규 배정했다. 엔화약세 피해기업에서 유로화 약세 피해기업까지 지원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최근 위안화 절하와 관련해서 이에 따른 피해기업을 지원할 계획도 있는지

▲ 영업점을 통해 위안화 절하조치에 따른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필요시에는 엔화 및 유로화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 등과 동일하게 대출금리 인하 등 지원 대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 수출부진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을 선정했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

▲ 환율 불안 등 경쟁력 약화로 수출감소폭이 큰 자동차,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철강 등 4개 분야를 선정했다. 이 품목에 한해 대출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한다. 금융지원 목표도 당초 6조원에서 6조5천억원까지 확대키로 했다. 올해 상반기에 3조4천억원 가량을 지원한 상황이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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