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매일 아침 10시15분. 국내외 금융시장은 공포의 눈으로 모니터를 지켜본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고시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 11일 기습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이후 10시15분은 '충격과 공포'의 대명사가 됐다.

중국이 사흘 연속 위안화를 큰폭으로 절하함에 따라 외환시장, 주식시장, 채권시장은 물론 유가와 비철금속 등 원자재 시장, 곡물시장까지 차례로 충격을 받았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의 주변국 외환시장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이를 계기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변수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앞으로 중국의 환율 변화에 따라 시장이 들쭉날쭉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환율 변화를 이해하려면 중국 당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여러 가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큰 목적은 중국 자신이 직접 밝혔듯이 외환시장 자유화다. 2005년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중국은 이제까지 환율을 국가가 직접 결정해 고시해왔다. 시장에서 나오는 호가를 참고하기도 하지만 중국이 산정한 복수통화바스켓 내에 있는 해외 환율을 계산해 기준환율을 결정한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이른바 '8.11 조치' 이후에는 시장환율을 기반으로 다음날 아침 10시15분 기준환율을 결정한다. 이렇게 되면 시장환율 마감가가 다음날 기준환율이 된다. 아직 마감가와 기준환율의 괴리가 크지만 시간이 흐르면 수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1990년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폐지하고 시장환율평균제도를 도입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당시 우리나라는 시장평균환율제도를 도입한 이후 외환시장에서의 수급에 따라 환율을 결정하게 됐다. 중국도 그런 길을 갈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가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도 중국의 환율이 앞으로는 시장의 힘을 반영해 결정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환율체제 변화를 이해하려면 이러한 '인식의 전환'의 필요하다. 앞으로는 국가가 환율을 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환율을 정한다. 그런 흐름으로 중국 외환시장은 변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10시15분보다 마감 시간인 5시30분의 환율이 중요해질 것이다. 중국 외환시장 자유화가 좀 더 진전된다면 시장의 힘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중국의 장중 환율이 중요해질 것이다. 앞으로 위안화 환율 변화에 따라 원화가 널뛰기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른바 원-위안 동조화다. 우리 외환딜러들이 달러-엔의 움직임을 보고 달러-원 환율을 거래하는 것처럼 이제부턴 위안화 환율을 보고 거래해야 하는 날이 온다는 뜻이다.

우리 외환시장 역사에서 1990년 시장평균환율제도 도입을 원년으로 삼고 잇듯이 2015년 8.11 조치는 중국 외환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조치로 명분(위안화 국제화의 길)과 실리(위안 절하에 따른 경제이익)를 모두 챙겼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관리변동환율제 아래서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관치(官治)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이를 용납지 않을 게 분명하다. 중국이 자유변동환율제에 가까운 환율제도를 채택하길 원할 것이다. 그래야, 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서방의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갈등 과정에서 시장평균환율제 도입 8년 만인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중국이 이 과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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