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경원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5개월 연속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ECB는 3일(유럽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0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ECB는 작년 11월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취임 이래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25bp씩 내렸지만, 작년 12월 말부터 두 차례에 걸쳐 3년 만기 대출프로그램(LTRO)을 가동한 이후로는 줄곧 금리를 동결했다.

이날 금리 결정은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과 부합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경기침체가 확산하고 스페인발(發) 부채 위기가 한층 강화했지만 ECB는 1조유로 어치의 LTRO 효과를 더 지켜보며 양적완화 가능성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었다.

더구나 LTRO를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 효과도 일시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ECB가 쓸 수 있는 경기부양 수단은 거의 바닥난 상황이다.

올해 초만 해도 유로존의 경제지표가 호전돼 위기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지만, 최근 지표상으로는 유로존 8개국이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을 비롯해 유로존 8개 회원국이 공식적인 경기 침체로 진입했고 유로존의 3월 실업률은 10.9%로 지난 1995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장 참가자들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이날 밤 9시30분(한국시간)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최근 유로존 경기침체를 어떻게 바라볼지, 스페인 국채 매입 재개나 기준금리 인하, 3차 LTRO 등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시사할지 등을 주목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경기 부진에 '재정협약'을 보완할 '성장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유로존 각 정부에 강도 높은 긴축과 더불어 성장 정책 또한 촉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로존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아 기준금리 인하 여지는 제한될 수 있다.

유로존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보다 2.6% 상승해, 전월의 2.7% 상승보다 상승 압력이 둔화했다. 그러나 ECB의 관리 목표치(2.0% 이내)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ECB는 지난달 회의에서 유로존 경제가 고유가 여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물가 우려를 언급한 바 있고, 드라기 총재도 지난주 경제 약세가 물가 압력의 평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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