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월가가 3일(미국 동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주목했던 것은 단순한 기준금리가 아니었다.

긴축과 성장, 좌파와 우파로 갈린 유럽 정치인들 속에서 중앙은행 책임자인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선택이었다.

다우존스는 이날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성장을 강조하는 레토릭(말하는 기술)의 컴백'으로 압축했다.

드라기 총재가 긴축과 성장의 혼란 속에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인 셈이다. (한국시간으로 3일 밤 11시38분에 송고된 `유로존 경제 복구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때<드라기>(종합)' 참조)

"여러 국가의 상황이 진전되고 있지만, 일부 정부들은 더 야심 찬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각국 정부는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단호한 정책 조치에 나서야 한다" 등의 말은 모두 성장을 강조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결정적인 것은 "성장을 중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그의 발언이었다.

"대규모 적자는 성장을 가져올 수 없다", "성장 협약과 재정 협약 사이에서 모순은 없다"는 등의 전제는 있었지만, 분명 성장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성장과 긴축 논란은 프랑스에서 비롯됐다.

프랑스에서 긴축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사회당 후보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 긴축 위주의 독일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ECB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다음 달인 5월에는 금리 인하 힌트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의 리차드 코키노스 전략가는 "중기적으로 유럽 경제와 유로화 평가의 키는 성장"이라며 "구조 개혁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많은 월가 전문가는 드라기 총재가 예전보다는 매파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총재가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ECB가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비전통적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라기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바클레이즈의 폴 로빈슨 전략가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생각보다 매파적"이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유로화 가치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마이클 스네이드 전략가는 "ECB는 더 이상 시장이 생각하는 것처럼 `비둘기(금리 인하에 우호적)' 조직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wo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