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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딜러로 일하고, 그 이후 개인적으로 트레이딩(trading)도 하면서 온갖 경험을 다해보았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수익을 낸 경우보다는 오히려 큰 손실을 입었던 때의 일이다. 충격이 너무 컸던지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많다. (원래 나쁜 기억은 오래가는 법이다)

손실을 입었던 것은 내가 시장의 흐름을 잘못 읽어서 엉뚱한 방향으로 거래하였기 때문. 그중에서 특히 큰 손실은 유독 내가 시장에 대하여 ‘확신’하였을 때에 발생하였다. “이건 틀림없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래서 포지션을 잔뜩 실었을 때 - 시장은 어김없이 나에게 등을 돌렸고 결과는 참담하였다. 방향에 대하여 자신이 없었을 때에는 설령 틀렸더라도 손실이 적었다. 확신이 가지 않았으므로 포지션을 양껏 보유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코스피의 파동을 세는 것이 차곡차곡 잘 맞아 들어갔고, 지수는 내가 파동이 완성되려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였던 대로 1,983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과거 차트에서 하락파동이 끝날 때에는 어김없이 캔들 아래로 긴 수염이 달렸던 터. 그게 이번에도 또 차트에 나타났으니 확신을 가지기에 충분하였다. 모든 여건이 완벽했다. “이건 상승이다!” 나는 틀림없다고 믿었다.

징크스일까? 내가 확신하였을 때 결과는 항상 거꾸로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지난주 이 자리에서 “이제는 바닥을 만들었으니 오를 것”이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였으나,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1,983 이하가 바닥이기는커녕 지수는 거기로부터 100포인트 이상 더 추락하였으니 말이다.

절감한다. ‘절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시장은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대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조금이라도 ‘건방’을 떨었다가는 시장은 어김없이 뒤통수를 친다. 지난주에 나는 조금 잘 맞는다고 ‘미아리 점집’ 운운하였으니…뼈저리다.

(코스피 주간전망)

아무리 강한 하락세라고 할지라도 시장은 일방적으로 내리기만 하지 않는다. 가끔은 오르기도 한다. 특히 하락세가 과도할수록(우리는 이를 ‘과매도 상태’라고 부른다) 반등할 가능성은 높다. 물론 지난주에 반등을 예상하였다가 틀렸으니 이번에도 또 틀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지난주의 경우와는 달리 차트에 ‘갭’이 발생하였다. 그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리라 생각된다.

갭에는 보통갭, 돌파갭, 급진갭, 소멸갭 등이 있다. 그리고 그 갭의 성격에 따라 이후의 추세가 결정된다. 예컨대 급진갭이라면 추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반대로 소멸갭이라면 그동안의 추세는 끝나고 새로운 추세가 곧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주 금요일에 중국과 북한 악재가 겹치면서 만들어진 하락갭(1,912~1,886)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 당장 갭의 성격을 특정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손쉬운 방법이 있다. 갭이 메워지는(fill)지 여부가 관건이다. 갭이 만들어졌던 수준으로 주가가 반등하거나 혹은 하락갭과의 반대방향으로 상승갭이 만들어진다면 그 갭은 소멸갭이 될 공산이 높다. 반대로 갭이 메워지지 않는다면 급진갭으로 낙착된다. 추세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주에 참담한 경험은 한지라 솔직히 자신은 없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예단하기보다는 오히려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기다리면서 갭이 메워지는지 여부를 살피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내 ‘희망사항’은 하락파동이 일단락되고 이번에야말로 하다못해 반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북한과의 팽팽한 긴장감도 일단 누그러졌으니 기대를 품을 만도 하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갭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두고 본 연후에 방향을 정하기로 한다.

(달러-원 주간전망)

코스피에서야 그나마 갭이라도 있어서 판단할 근거라도 제공하지만, 달러-원 차트에서는 아무것도 없다. 또한 기술적지표들이 ‘과열(overbought)'’ 상태라며 비명(!)을 지른 지도 이미 오래전의 일. 예를 들어 8월12일에 달러-원이 1,190원에 이르렀을 때, RSI 등은 70을 훌쩍 넘었던 터. 하지만 지표는 과열이었으나 환율은 내리기는커녕 또 훌쩍 치솟았다. 그러기에 지금도 또 단순히 기술적지표를 들먹이며 전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꾸어보자. 지난주 금요일(8월21일)의 마감가 1,195원 위로 곧장 1,200원선이 기다린다. 1,200원에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넘어선다 하여 천지가 개벽하는 것도 아니고 국제수지에 금세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1,195원과 1,200원은 다르다. 홈쇼핑 상품은 10만 원이 아니라 9만9천8백 원인 것과 같다. 단지 몇백 원의 차이지만 “9만 원대”가 훨씬 싸 보인다. 기술적분석은 시장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다. 달러-원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환율이 1,200원에 근접하였을 때 “이건 좀 높지 않나?”라는 생각(=심리)이 들지 않을까?

앞서 이야기하였듯 RSI를 비롯한 기술적지표들은 이미 과열권에 진입하였다. 오히려 요즘은 슬슬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시장에 겉으로 나타나는 환율은 여전한 상승세. 따라서 지표는 밀리지만 환율은 오르고 있는 - 전형적인 괴리(divergence)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기술적지표가 과열이라도 환율은 내처 상승할 수 있듯, 차트에서 괴리현상이 나타난다고 하여 추세가 즉각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면 그만큼 추세가 뒤바뀔 가능성이 점점 ‘농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추세가 뒤바뀐다는 것은 달러-원이 하락할 것이라는 뜻. 그게 당장 오늘일 수도 있다. 위로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도 버티는데 말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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