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조사 업무만 20년 가량 했는 데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난 각종 경제 정책은 반드시 대가가 뒤따르더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석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산인플레이션 등 비정상적인 경제 현상을 빗대 걱정한 말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적인 없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이주열 총재의 예언은 석 달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

위안화의 기습적인 평가 절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고간중국이 먼저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주 무려 11.5%나 폭락하며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이총재가 자산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무렵인 6월12일 5,178.19로 52주 신고점을 경신했다. 1년3개월전인 지난해 3월12일 1,974.38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자산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가파르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8%대에서 7%대로 둔화되는 등가파른주가 상승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유동성의 힘에만 의존해자산의 가격이 오르는 전형적인 자산인플레이션 패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상하이 종합지수일봉 차트>

미국 다우지수도 전일보다 무려 530.94 포인트(3.12%)가 빠진 16.459.75에 마감했다. 지난 5월19일 18,351.35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다우지수도고점대비 10% 이상 빠지면서 패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국내증시는 코스피 지수가 7.52%나 빠졌지만 비교적 선방했다. 북한의 포탄 공격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찻잔 속 폭풍에 그쳤다. 지난21일 코스피지수는 38.48포인트(2.01%) 빠진 1,876.07을 기록했다.



◇실물은 디플레이션…자산은 인플레이션

자산인플레이션은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주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은 제로금리를 채택한 데 이어 양적완화까지 실시하는 등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금융시장에 퍼부었다.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쓰면 투자나 소비가 늘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아무리 유동성을 퍼부어도 실물 부문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기는 커녕 유효수요 부족에 따른 디플레이션의 검은 그림자만 어른거렸다.

중앙은행이 각종 채권까지 사들이며 공급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자산 시장으로만 흘러들어간 결과다. 중앙은행들은 금융권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도 자산에 대한 과도한 식탐을 제어하지못했다. 금융기관은 리스크가 증폭된 실물 부문에 대해 자원을 배분하기 보다 투자수익률이 보장되는 신흥국 등의 자산을 싹쓸이했다. 실물 경제에는 유동성이유입되지 않았고 소비자 물가도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욕조의 구멍을 막지 않고 아무리 수도꼭지를 틀어봐야 물이 차오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은 수도 꼭지를 잠그는 시늉만…자산시장은 발작

이제 전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기축 통화국,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수도 꼭지를 잠글 태세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물 경제가 되살아나고 실물 부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공급 효과가 셰일가스 혁명 등과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성공한 유일한 나라도 미국이다.

미국이 수도 꼭지를 잠그려는 시늉만 보였는 데 세계 금융시장은 발작 증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수도 꼭지를 잠글 경우국내외 금융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자산가격이 내재가치에 비해 과대평가된 현상을 버블(거품)이라고 규정한다. 내재가치는 자산의 미래 기대수익률을 반영한 가격이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내재가치를 비이성적으로 넘어선 버블은 꺼지기 마련이다. 1990년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이제 자산인플레이션의 대가를 치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외가 될 수 있을까.(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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