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09년 어느날 구글의 공동 창립자 레리 페이지는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스탠퍼드대 컴퓨터 과학자 세바스찬 드룬의 사무실을 조용히 찾았다고 한다. 이미 구글의 성공으로 억만장자가 된 그지만 구글의 비밀 연구개발(R&D) 조직 `구글X'를 만들기 위해서다.

연간 10조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구글X'는 성공확률 100만분의 1의 차세대 신사업 발굴에 전념하는 조직이다.

`구글X'는 구글 글라스와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통해 그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개발중인 프로젝트로는 우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와 비행 풍력발전소 등 1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뜬 구름 잡는 사업'으로 여길 수도 있는 사업 아이템들이지만 이미 일부는 상용화에 근접하고 있다.

테슬라나 구글이 선도하는 무인자동차 시대가 생각보다 머지 않은 시점에 도래할 수 있다는 신호는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이미 10개 넘는 기업들이 자율 주행차를 개발중이다.

무인자동차 선두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의 타격은 물론이고, 자동차 보험사도 큰 변화를 맞게된다. 자동차 단순 기계 부품을 공급하던 많은 협력업체들도 자칫 문들 닫을 수 있고, 자동차 할부금융사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지위가 구글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북한과 중국의 변수는 분명 주식시장과 한국 경제에 있어 최대 복병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구글의 무인자동차나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블리자드(게임개발), 아마존 (온라인소매), 넷플릭스(동영상서비스) 등 혁신적인 기업을 갖지 못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는 훨씬 큰 위험요소일 수 있다.

구글이 연구개발을 위해 연간 10조원을 쏟아부을 때, 한국의 자동차기업은 부동산을 매입했고, 아마존이 글로벌 유통채널로 커 나갈 동안 한국의 유통 대기업에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통신 대기업들이 보조금 지급을 놓고 논쟁을 벌일 동안 `구글X'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이라는 이름으로 사막의 한 가운데나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 밀림 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전시키고 있다.

지금도 `구글X'는 헬스케어, IT, 자동차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테슬라는 자동차기업인지 소프트웨어업체인지 모를 만큼 기존 관념을 깨뜨리며 차세대 기업의 하드웨어를 갖춰가고 있다.

`IT 강국 한국'이라는 지칭은 잠시동안 머무를 별명일 수 있다. 우리 기업의 가치가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저평가되는 불명예를 가리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진짜 원인은 차세대 사업의 기반과 의지가 우리 기업에 취약해 보인다는 점일 지 모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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