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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나무 잘 타기로 이름난 사람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나무를 탈 수 없게 됐는데, 어느 날 높은 나무의 가지를 자르는 일을 맡았다. 그가 감독을 하고 젊은 사람이 나무에 올라갔다.

노인은 젊은이가 높은 곳까지 올라가 매우 위험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일이 다 끝나서 젊은이가 나무에서 내려오는데, 땅에서 지붕 높이 만큼에 이르자 노인이 비로소 당부했다. “잘못 발 디디지 말고 조심해서 내려오게” 젊은이가 나무 위에서 물었다. “이만큼 내려왔으면 뛰어내려도 될 텐데 왜 이제야 그런 주의를 주십니까?”

나무 잘 타는 노인이 말했다. “바로 그것이네. 눈앞이 아찔해지고 가지가 휘청거릴 때에는 누구나 스스로 주의하니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네. 실수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길 때 일어나기 마련인 게야” - 복거일의 소설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에 나오는 대목인데, 그는 요시다 겐코(吉田兼好)의 도연초(徒然草)에서 가져왔다고 했다.

소설의 제목처럼 ‘한가로운 걱정’일까? 그렇지 않다. 그의 말이 꼭 맞다. 온갖 사건과 사고가 오히려 방심하였을 때 터지는 일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주식이라고 다르지 않다. 시장의 방향이 불확실할 때에는 누구나 조심한다. 하지만 추세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에는 주의를 게을리하기 쉽고, 그러면 꼭 좋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

생각해보자. 올 4월, 코스피지수가 2,000과 2,100선을 차례로 넘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2,500 혹은 3,000을 확신하였다. 주식만 사놓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별거 없을 것’이라 판단하였을 때가 바로 실수가 벌어지기 좋은 시기였다. 하락추세의 경우도 마찬가지. 최근 온갖 뉴스 속에서 1,900선은 고사하고 1,800선마저 뚫릴 위기에 처하자 시장에는 비관론이 넘쳤다. 중국의 위기에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북한 리스크마저 겹쳤으니 이런 ‘트리플 악재’ 와중에 주가가 견디지 못할 것은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어떻게 됐는가. 확실할 때가 가장 불확실한 법이다.

홀짝 뛰어내려도 될 것 같은 높이에서 가장 사고가 많다는 사실은 비단 나무 타는 사람들만이 알아야 할 이야기는 아니다.

(코스피 주간전망)

지난주 갭에 대하여 언급하였는데, 이번 주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갭이 왜 발생할까? 그것은 수요와 공급 중에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이 한꺼번에 왈칵 쏟아지면 주가는 속절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차트에 뻥하니 구멍이 만들어진다. 그게 갭이다. 갭이란 불균형이다. 거꾸로 말하여 불균형이 사라지면 갭이 메워진다.

이론은 그만하고 차트를 본다. 다행히 주가가 추락하면서 만들어졌던 1,912~1,886의 하락갭은 메워졌다. 지난 목요일의 장중고점은 1,920. 갭을 뛰어넘었다. 시장에서 수급간의 불균형은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갔다. 따라서 단순한 갭 메우기 차원이 아니라 추가적인 반등도 충분히 가능해졌다.

보통갭, 돌파갭, 급진갭, 소멸갭 등 갭의 종류로 판단하여 최근 나타난 하락갭은 무엇일까? 하락추세의 끝자락에 나타난 데다 갭의 폭도 큰 만큼 소멸갭(exhaustion gap)이 될 공산이 높다. 하락추세는 ‘소멸’되고 이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신호인 셈. 그런데다 매번 이야기하는 일목균형표 파동론으로 살피더라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RSI, 스토캐스틱, MACD, CMO 등등 보조지표들이 '상승!'을 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니 길게 언급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관심사는 방향 외에도 ‘얼마나’에 쏠린다. 파동론에 의거하여 하락추세가 완전히 파탄(破綻)나고 쑥쑥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2,101을 돌파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2,101의 단기고점을 기록하였던 7월17일부터도 하락파동을 그릴 수 있으니, 그 과정에서의 소파동 1,991을 넘어선다면 좀 더 앞길이 트이겠다. 일단 1,991이 목표라는 말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1,200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을 넘기면 수출이 쑥쑥 늘어날까? 물가가 순식간에 급등하여 정부의 억제 목표치를 무색하게 할까? 주가가 폭락하고 우리나라에 금융위기가 닥칠까? 그렇지 않다.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다고 천지가 개벽하는 것 아니다. 그런데도 달러-원 환율은 1,200원선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심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사실 달러-원 차트에서 주목해야 할 일은 1,2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만이 아니다. 겉으로 나타나 있는 달러-원의 시장 환율과 속으로 숨어있는 기술적 보조지표간의 괴리(divergence)가 너무나도 두드러진다. 예컨대 환율은 최근 줄곧 올랐지만 RSI 등 보조지표는 내리 하락세만을 이어갔다. 이러한 괴리현상은 추세전환의 결정적인 신호탄이다. 심리적 저항선도 넘기지 못한 상태에서 나타난 괴리는 하락추세를 매우 강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4월29일 1,066원에서 출발한 상승파동도 1,200원(8월24일)을 고비로 하여 모두 9개에 이르렀다. 다 왔다. 이제부터는 하락파동을 세어야 할 때이다. 1,200원을 넘어서려는 움직임보다는 ‘셀 온 랠리(sell on rally)’ 거래가 시장을 지배할 공산이 높다.

다만 달러-원 차트에서도 갭이 눈에 뜨인다. 지난주 목요일(8월27일)과 금요일(8월28일)의 장중저점과 고점, 즉 1,181~1,178원에서 하락갭이 만들어졌다. 일단 갭을 메우는 방향으로 단기 움직임이 예상되므로 오늘(월요일, 8월31일) 약간의 반등이 나타난다고 하여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파동도 끝났고, 기술적지표는 괴리현상인즉 추세의 막바지에 나타나는 ‘이삭줍기’ 차원의 반등일 터. 역시 나는 1,200원을 믿고 ‘숏’으로 가고 싶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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