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채권시장은 주가연계증권(ELS:Equity Linked Security)의 파동 조짐에 바짝 긴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홍콩H지수(HSCEI)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일부 지수형 ELS 상품이 녹인(Knock-in, 원금손실) 구간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채권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지수형 등 ELS 설정 잔액의 상당 부분은 채권 형태로 운용된다. 증권사가 녹인으로 타격을 입으면 채권 포지션 조정 압력에 노출된다.

◇국내 대형증권사 홍콩거래소 거래정지 수모

홍콩거래소가 이번달부터 국내 굴지의 대형 증권사 두 곳에 대해 홍콩H지수의 거래를 정지시키는 등 지수형 ELS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홍콩거래소는 해당 증권사가 홍콩H지수 거래에서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거래를 정지시키며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진 국내 증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과도한 ELS 발행이 홍콩H지수에 부담이 된다는 게 홍콩거래소의 판단이다. 지난 5월26일 장중에 14,962.74를 찍으며 15,000까지 넘보던 홍콩H지수가 지난 25일 9,280.67까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홍콩거래소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지난 5월26일 14,962.74로 고점을 찍은 뒤 가파르게 하락한 홍콩H지수의 일봉 차트>



해당 증권사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의 헤지를 위해 대규모매매 패턴을 이어가다가 거래 정지라는 날벼락을 만났다. 해당 대형 증권사는관련 상품의 헤지 구조를 충족시키느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걸어야 할 것이다. 홍콩H지수를 직접 거래하지 못해 장외 파생으로 비싼 수수료를 감당하는 이중고도 해당 증권사의 몫이다.

◇증권사 손익 하루 수백억원씩 오락가락…유동성 문제 없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ELS와 파생결합사채(ELB), 파생결합증권(DLS), 기타 파생결합사채(DLB)를 포함하는 파생결합증권의 발행잔액은 올 6월말 현재 95조원 규모로 집계됐다.지난 2010년 대비 4.2배 급증한 규모로 현재 국내 증권사의 총 자산 중 4분의 1 이상(26.5%)을 차지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 중 50조원 이상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고 이 가운데 30조원은 백투백 헤지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상품 20조원은 국내 증권사가 자체 헤지 상품으로 발행했다. 녹인(Knock-in, 원금손실구간) 리스크에 국내증권사가 최소 20조원 이상의 위험을 부담하는 셈이다.

ELS 상품은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에 따른 ELS 가격 변화를 의미하는 델타 값을 바탕으로 헤징을 하는 상품이다. 델타헤징의 특성상 '녹인 베리어'를 터치하면 기존 포지션을 뒤집어서 기초자산의 가격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각 증권사의 고유계정 형태로 운영되는 ELS는 하루에도 수백억원씩 오가는 손실을 인식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ELS가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서 채권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지수형 ELS 상품의 상당 부분은 채권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ELS 파동에 따른 증권사의 유동성 압박 등이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9월에는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와 함께 홍콩H지수가 서울 채권시장의 주요 이슈가 될 수 있을 것같다. (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