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천만 관객을 톨파한 영화 `베테랑'은 경찰이 악당을 잡는 단순한 스토리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휠체어를 타고 검찰로 송치되는 재벌 회장, 그가 야구방망이를 든 모습, 망나니 재벌 3세 `조태오', 죄를 대신 뒤집어 쓰면서 감옥에 가는 최 상무 등은 실제 사건의 인물을 연상케 한다.

수사를 적당히 마무리지으려는 경찰 고위간부, 아들이 보는 앞에서 구타당하는 화물연대 소속 트럭기사, 또 그의 고용주 소장이나 취재 기자의 관련 기사를 막은 언론사 데스크까지도 실제 해당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관객들은 믿는다.

`베테랑'의 흥행 이유는 이처럼 실제 상황을 방불케하는 논픽션 극본에, 강자를 무너뜨리는 통쾌한 수사 활극이라는 `가공의' 픽션이 결합한 기본 구조 덕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힘있는 못된 것들이 무너지는 장면에 관객들이 짜릿함을 느끼며 열광한 것이다.

시기도 맞아 떨어졌다. `땅콩 회항'서부터 `왕자의 난', 승계를 위한 주요 회사들의 인수합병건까지 국민을 실망시킨 재벌관련 사건들이 최근 연달아 터진 것이 또 다른 흥행 배경으로 지목된다.

단 몇 %의 지분으로 거대 기업을 소유하는 대한민국 `재벌', 너무나 힘센 그들이 무너지는 영화를 보는 단 두시간만이라도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과연 현실에서도 재벌개혁이 통쾌한 결말로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을 지 스스로 물어보며 쓸데없이 상상의 나래를 한번 펼쳐본다.

우선 대기업들이 자진해서 빵집과 떡뽁기 장사에서 철수하고, 투명한 기업공개와 소액주주 배려에 앞장서고, 영세한 협력사에 대해 정당한 거래를 실천하면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 아닌가.

정치권도 `보여주기식' 재벌 개혁만 외칠 것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개혁을 해야 기업과 국민이 동시에 경제적 이득을 누릴 수 있을 지 먼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아닌가. 무엇보다 재벌개혁과 경제살리기는 병행돼야 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영화 `베테랑'에서 처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다.

롯데 시네마에서 CJ가 배급한 `베테랑'을 본 후 엔제리너스 커피를 마시며 이마트에 들러 시장을 보고 돌아오더라도 우리 대기업들에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는 그림을 그려본다. 결코 불가능한 나혼자만의 `공상'은 아니길 바라며..(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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