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9년 만에 다시 베트남 상품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회사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대표 상품 랩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한국투자 신짜오베트남펀드랩'을 출시했다.

2006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국내 최초 '베트남펀드' 선보인 이후,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에서 베트남관련 금융상품이 출시된 것은 9년 만이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짙은 베트남. 그것도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 야심에 차게 진행했다가 사실상 접었던 베트남 상품을, 미국과 중국 등 G2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들고 나온 것을 두고 업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호평과, '아집인지, 트집인지'라는 악평이 공존하는 이 시점에 김 부회장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금융지주가 선보인 베트남 펀드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공모형 펀드 '한국투자베트남증권자투자신탁'은 지난 1일 기준 설정후 수익률 마이너스(-)29.66%를 기록 중이다.

1천500억원 넘는 규모로 설정된 이 펀드는 최근 성과가 많이 개선되며 2년과 3년 수익률이 각각 23.55%와 44.43%로 높게 나타났지만, 펀드 설정 초창기에 들어간 자금은 성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같은 해 설정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증권투자신탁'의 설정 후 수익률도 -32.46%다. 이 펀드 역시 최근 2~3년의 성과는 좋지만 여전히 초창기 원금이 회복되기엔 9년의 시간이 부족한 상태다.

증권업계는 한국투자증권이 베트남 펀드랩을 선보인 배경으로 베트남 정부의 증시 정책을 손꼽았다. 이달부터 외국인 지분소유 한도 제한이 없는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최대 100%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베트남 펀드 수익률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추세인 것도 주요 배경으로 분석됐다.

A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그간 49%로 제한되던 외국인 지분 투자가 100%로 확되 되면 대형 우량주 중심의 주가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증시 개방에 나서는 신흥아시아 국가들의 지수 상승세가 이를 뒷받침하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랩어카운트 상품의 특성상 일반 펀드보다 투자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도 언급됐다.

B 증권사 상품개발팀장은 "최근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베트남 펀드를 랩 상품에 담는다면 최근 베트남 증시를 고려했을 때 평균 5%의 기대 수익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랩 상품의 특성상 짧은 기간 투자로 안정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주식형 펀드와 비교하면 변동성에 대비하는 장치는 더욱 견고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년의 시간 동안 '반토막 펀드'의 오명 아래 있던 베트남 펀드를 두고 김 부회장은 '비싼 돈을 주고 공부했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그만큼 한국금융지주의 야심에 찬 도전 작이었던 베트남 펀드는 그에게 적잖이 아픈 손가락이었다.

C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투에 베트남 펀드는 해외 투자를 시작한 첫 도전이자 비싼 경영수업을 치르게 한 아픈 기억"이라며 "베트남 다음으로 중국에 주목하던 한국금융지주가 계열사를 통해 베트남을 다시 돌아보고 나선 것은 업계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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