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대비 총 자산 비율인 레버리지 비율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분기말 대비 레버리지 비율은 1분기말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분기말 현재 레버리지 비율(개별 기준)이 1,000%를 넘는 곳은 12개사로, 코리아에셋투자증권(2,199.1%)과 다이와증권(1,261.7%), 대신증권(1,114.9%), IBK투자증권(1,112.3%), 메리츠종금증권(1,108.1%), 신한금융투자(1,101.5%), 동부증권(1,098%), 미래에셋증권(1,086.2%), 하이투자증권(1,059.8%), 부국증권(1,042.9%), 하나대투증권(1,029.6%), 바로투자증권(1,023.8%) 등이다.

이들 12개사의 평균 레버리지 비율은 1,186.49%로, 자기자본 400억원대에 레버리지 비율이 2,200%에 육박한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을 제외할 경우 평균 비율은 1,094.4% 수준이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분기보다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1분기말에는 증권사 14개사가 레버리지 비율 1,000%를 웃돌았다. 부국증권(1,553.2%)과 메리츠종금증권(1,366%), IBK투자증권(1,267.2%), 교보증권(1,227%) 등이 포함된 14개사의 레버리지 비율 평균은 1,173.2%에 달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증권사 건전성 규제(레버리지 비율 규제)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레버리지 비율이 1,100% 이상(2년 연속 적자는 900% 이상)이면 경영개선권고, 1,300% 이상(2년 연속 적자는 1,100% 이상)이면 경영개선요구 등의 시정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전체 증권사의 5분의 1에 달하는 12개사가 여전히 1,000%의 비율을 넘기고 있으나, 지난 1분기와 비교할 때는 비율 축소 현상이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3분기 들어 메리츠종금증권과 IBK투자증권 등 유상 증자를 통해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증권사들의 자산 규모를 줄이며 레버리지 규제를 대비하고 있다.

1분기말 레버리지 비율 1,500%를 웃돌던 부국증권이 자산 규모를 1조9천억원 가까이 줄인 데 이어 업계 대표적 중대형사인 신한금융투자도 자산 규모를 1조원 가까이 줄였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대표적 파생결합상품인 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ARS)의 신규 발행을 중지시키고, 주가연계증권(ELS)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발행 잔고도 대폭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파생결합상품 발행 잔고를 줄이더라도 상품 수수료 수익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며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일괄적인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 불만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은행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도한 규제일뿐 아니라 레버리지 비율 규제의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모든 증권사에 똑같은 레버리지 비율 '캡'을 씌워버리고 있다"며 "레버리지 비율이 500%라 할지라도 부실 자산을 늘릴 경우 해당 기관의 건전성은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투자업계의 경쟁력 강화 등 당국의 자본시장 개혁 흐름과도 상충되는 과도한 규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 여력이 충분한 대형사들이 이번 규제에서 빗겨나간 상황이라 업계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여타 증권사들은 당국 눈치 보기에 바쁜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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