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자영업자의 부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자영업자를 비롯해 중소상인에 대한 금융정보를 많이 가진 기업은행의 조준희 행장이 최근 국내 경제상황을 진단한 말이다.

조행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포함해 자동차 업종을 제외한 기업의 대출 분위기도 좋지 않다면서 이같은 상황을 빨리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분석했다.

대형 저축은행 퇴출 등을 계기로 중소자영업자 형편을 잘아는 조행장의 진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원리금상환액을 연 소득액으로 나눈 원리금상환부담률(DSR:Debt Service Ratio)이 40%가 넘는 과다채무 비중이 가장 큰 경제주체다. 특히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과다채무를 보유한 자영업자 비중이 상승하고 있어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면우리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 DSR이 40%가 넘는 과다채무 가구 가운데 1분위 비중은 23% 수준이지만 5분위 비중은 62%에 달했다.

한국은행도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발간한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라는 보고서를 통해 '채무부담증가→ 내수위축→소득축소→채무부담증가'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정수준의 가계 부채 증가는 유동성 제약의 완화를 통해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가계 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로 이어져 오히려 소비위축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위축은 자영업자에 직격탄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으로 소비는 더 늘어나기 어렵고 베이비부머의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자영업자 대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는 가계부채의 증가세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주택시장이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도 가계대출은 9%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으로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156.5%에 이를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구입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도 자영업장의 몰락을 예고하는 지표다.

자영업자들의 몰락은 원리금 상환 부담 급증으로 이어지고 다시 담보물인 주택처분 압력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과도한 가계 부채는 가장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의 몰락에서 그 마각을 드러날 게 틀림없다. 금융당국은 물론 가계 등 경제주체 모두가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할 시점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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