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수요예측 의무화로 위축됐던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시장 태핑'에 나서는 사례들도 목격되고 있다.

7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주(7∼11일) 일반회사채 발행 예정 규모는 750억원에 불과하다.

올초 한 주 발행규모가 1조∼2조원대를 넘나들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수요예측 의무화가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 달 17일(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이후 같은 달 29일까지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달 17일부터 29일까지 9일간(영업일 기준)은 사실상 국내 회사채 발행 시장의 '휴식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한국캐피탈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번 달 2일에 AJ렌터카와 STX도 신고서를 내면서 그간의 '공백기'는 조금씩 메워져 가는 상황이다.

한국캐피탈은 1.5년물 200억원과 2년물 500억원 등 총 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3일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1.5년물의 발행금리는 4.70%, 2년물은 4.90%로 결정됐고, 발행 목표치를 모두 채우며 '북빌딩'에 성공했다.

3일 오전부터 4일 오후까지 실시된 STX의 수요예측도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투자자에게 제시했던 6.60∼7.10%의 금리밴드에서 발행금리는 중간 수준인 6.90%로 결정됐고, 발행목표치인 600억원을 모두 채웠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마친 AJ렌터카도 원활하게 배정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이어 발행을 준비하려는 기업들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신용등급 'AA+'인 현대백화점은 이번 달 중순께 발행을 목표로 지난 달 말에 대표주관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대투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낙점한 현대백화점은 기업실사를 거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해 발행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3년 만기로 1천500억원 어치를 발행하려고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5년 만기로 2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이달 말께 발행하려고 준비중이다.

지난 2일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해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계열의 건설사인 두산건설도 이달 말 발행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수요예측 의무화 이후 건설사로는 첫 케이스다. 동양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대성산업가스도 3년 만기 1천억원의 회사채를 이달 말에 발행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진해운이 3년과 5년 만기로 나눠 2천500억∼3천억원 규모로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CJ그룹에서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하는 CJ E&M도 3년물 1천억, 4년물 500억원 등 총 1천5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참가제안서(RFP)는 아직 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도 3천억원대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중이라는 얘기가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시장금리가 워낙 낮고, 발행스프레드도 크게 축소된데다 차환 등의 자금 필요성 때문에 기업들이 슬슬 발행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수요예측으로 인한 두려움도 크게 해소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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