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상반기 증시는 말 그대로 '활활' 타올랐다. 화장품, 제약·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특히 코스닥의 상승세가 매서웠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그 동안 소외됐던 중소형주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펀드 수익률 상위 랭크도 중소형주 펀드들이 독차지했다. 대세에 편승해 기록적인 수익률을 내는 젊은 펀드매니저들도 탄생했다.

이 중에는 개인투자자문사를 설립하겠다고 제 발로 회사를 걸어나간 펀드매니저들도 있었다. 일명 '매미(매니저+개미)'다.

A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젊은 매니저들이 단 하루만에 자기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매매로 벌어들이는 경험을 하게되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이럴바엔 차라리 전업 투자를 하는게 더 낫겠다 싶으니 회사를 나가서 자문사를 차리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다. 누군가는 제 발로 회사문을 박차고 나갈 때, 떠밀리다시피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오는 펀드매니저들도 있었다. 펀드매니저 경력만 10년이 넘어가는 40대 중반 이상의 '올드 보이'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주식시장에 있으면서 전통적인 대형주, 수출주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투자하며 돈을 벌어왔다. 10년 넘게 고수해왔던 투자 철학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법.

장의 트렌드가 변했음에도 손에 쥐고 있는 대형주를 쉽게 놓을 수 없었다. 대세에 적응해보려해도 트렌디한 종목들을 집어낼 수 있는 선구안이 부족했다.

결국 이는 펀드 수익률 악화로 이어졌다.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운용업계에서 '올드 보이' 펀드매니저들이 회사를 나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올해 상반기에만 코스닥은 36% 넘게 급등했지만 코스피는 8% 오르는데 그쳤다.전통적인 대형 수출주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활황장 속에서 오히려 5%, 21%씩 하락했다.

B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얼마 전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40대 펀드매니저가 개인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겠다며 회사를 떠났고, 비슷한 연배의 펀드매니저는 휴직계를 냈다"며 "이유는 수익률 부진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라고 전했다.

그는 "활황장일수록 과감하게 지를 줄 아는 젊은 매니저들의 펀드 수익률이 좋다"며 "이 바닥에서 오래 일했던 40대 이상 매니저들은 겁이 많아서 보수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잘 나가는 30대 매니저들이 중소형주, 화장품주, 바이오주에 투자해 돈을 벌 때도 40대 매니저들은 대형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투자 종목을 두고 30대 매니저와 40대 매니저가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고 전했다.

상반기 활황장 속에서 회사를 나와 '매미'로 전업한 이들의 요즘은 어떨까. 지난 7월 이후 두달여만에 코스피는 9%, 코스닥은 14% 넘게 빠지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조정장 속에서 돈 안 잃은 매니저들은 얼마 없을 것이다"며 "며칠만에 상반기에 번 돈을 모두 까먹은 매미가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고 말했다.

B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도 "회사를 나갈지 말지 고민했던 매니저가 요새 장을 보면서 회사에 남길 잘했다고 얘기한다"며 "이럴 때 일수록 회사에서 주는 월급이 가장 확실한 수익이지 않겠나"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조은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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