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불거진 하나고등학교 비리 의혹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느낀다"며 심경을 밝혔다.

지난 2010년 서울소재 유일한 전국단위 자사고로 설립돼 뛰어난 대입실적을 기록하며 공교육 신모델로 떠오른 하나고. 내부고발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왜곡·과장되며 정치의 희생양이 내몰리고 있는 데 대해 김 이사장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9일 기자와 만나 "열흘 째 단식 중인 한 하나고 교사의 건강이 매우 우려된다"며 최근 하나고 사태와 관련해 운을 땠다.

유성호 하나고 국어과 교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전경원 교사가 학교와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를 중단할 때가지 단식을 하겠다'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하나고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학부모들도 서명운동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응원 메시지 릴레이 등을 펼치며 '하나고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김 이사장은 "남학생을 더 뽑으려고 입시 성적을 조작했다는 전 교사의 주장은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남녀 비율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기숙사 생활을 의무화하고 있는 사립고 전체의 문제"라며 "학생 선발 과정에서 남녀에 대한 고려가 있을 수 있지만 특정 학생을 선발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므로 입시비리나 성적조작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성적으로만 신입생을 뽑는다면 여학생 비율이 70~80%로 월등히 많은데, 그렇게 되면 대책이 없다"며 "올해부터는 남녀 각 100명씩 뽑기로 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B정부 당시 고위층 인사의 자녀가 동급생들을 수차례 폭행한 일이 있엇으나 학교가 묵인했다는 데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정했다.

김 이사장은 "기숙사 같은 방을 쓰는 학생들끼리 다툼이 몇 번 있었는데,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의 처벌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있다"며 "하지만 이 사건이 공론화 되면서 심한 부담을 느낀 가해학생이 전학을 원해 전학조치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의 전학 결정을 돌리기 위해 교장을 찾아가기도 했으며 현재 같은 대학교 재학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굳이 정신적 피해를 입힐 필요가 없다는 교육적 판단에서 지금까지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처벌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전 교사가 제기한 한 여학생의 성추행 사건, 교사채용 비리, 부지임차료 특혜 시비 등에 대해서도 "오는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감에 나서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개교 이래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는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 특혜 시비에 대해서도 김 이사장은 입을 열었다. 하나고는 지난 2013년 은행법 개정으로 하나금융에 대해 출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하나임직원자녀 전형은 설립 당시 협의가 된 사항이며, 직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기부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다"며 "타 자사고는 55~70%까지 임직원 전형을 선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훨씬 적은 비율이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7년째 하나학원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2016년 8월까지다. 김 이사장은 "요즘 깊은 회의감을 느낀다"는 말을 반복하며 최근 복잡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내가 하나고를 사유화 하려 한다는 등 온갖 비방이 난무하는 걸 보니 '직'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며 "내년 임기면 8년째 이사장을 맡아온 것인데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사들이 하나고에 자녀를 넣어달라는 청탁이 수없이 많았지만 단 한 번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이번에 불거진 일련의 사태를 보고 오해를 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처럼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해 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고와 같은) 선진 교육을 장려해야 한다"며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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