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투자자들이 채권을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하는 트레이딩 플랫폼을 이달 안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이 7일 보도했다.

사안에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한 해 동안 '지세션(GSessions)'으로 이름붙인 플랫폼을 개발해왔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이 회사채를 상호 매매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골드만은 매매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일부 거래를 직접 맡을 수도 있으며,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증권사들이 부과해 왔던 것보다 낮은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개업체들의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매수-매도 호가 차이도 작게 해 플랫폼 이용을 촉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골드만의 채권 트레이딩 플랫폼 개설은 규제 강화와 시장 여건의 악화로 과거 짭짤한 수익을 보장했던 중개사업의 환경이 시험대에 놓였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월가 은행들은 이제 금융위기 전보다도 회사채 보유량이 감소해 유동성 공급 여력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볼커룰과 같은 새로운 규제의 도입으로 과거처럼 리스크를 과감하게 떠안기도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골드만은 회사채 거래 수수료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골드만의 올해 1분기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 트레이딩 매출은 34억6천만달러(약 3조9천억원)로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골드만은 플랫폼 개설 초기에는 투자등급 회사채와 투자부적격 등급(정크) 회사채를 하루에 각각 한 차례씩만 사고팔 수 있게 할 계획이지만,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 거래 기회를 점차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턴 소재 파이어니어 인베스트먼츠의 앤드루 펠투스 하이일드채권 매니저는 "골드만의 플랫폼이 개설되면 이용을 고려해보겠다"면서 "시장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널은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보통 마켓엑세스나 트레이드웹 등을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자체 플랫폼을 개설하는 회사들도 최근에는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UBS는 '프라이스 임프루브먼트 네트워크(Price Improvement Network)'라는 이름의 자체 플랫폼을 통해 회사채와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을 거래하게 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도 플랫폼 개설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알라딘 트레이딩 네트워크'로 이름붙인 플랫폼을 올해 안에 개설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블랙록의 대변인은 "플랫폼이 더 생기면 시장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늘어나 매수-매도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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