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도 주가 하락 베팅 쉽지 않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고 있지만, 중국에는 공매도 등이 제한돼 주가 하락에 베팅하기 쉽지 않다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의 하락에 베팅하려면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역외에 상장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들의 중국 주식에 대한 공매도는 그간 홍콩증시에 상장된 주식으로만 제한됐으나, 후강퉁을 시행한 이후 3월부터 본토주식에도 공매도가 허용됐다.

그러나 공매도를 허용하면서도 일일 공매도 수량은 개장시점에 홍콩 당국에 예치된 해당 주식 물량의 1%를 넘을 수 없고, 10거래일 누적으로는 5%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해 실제 공매도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는 것)는 허용하지 않고 차입 공매도만 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등이 실제 중국증시에서 공매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의 킹거 라우 중국 수석 전략가는 "A주 하락에 베팅하길 원한다면, 이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상당히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며 "모든 사람이 롱 전략만 구사하고, 익스포저를 늘리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증시 랠리의 폭과 속도가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옹호론자들은 공매도는 일부 고평가된 주식을 찾아내 거품을 제거해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중국증시는 공매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다.

앞서 중국은 "신용거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매도 사업은 느리게 발전해왔다"며 시장의 발전을 위해 공매도 규정을 순차적으로 수정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투자자들은 당국이 주가의 빠른 상승 속도를 우려하면서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공매도 규정을 다소 완화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후 당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매도 허용으로 가뜩이나 추락하는 증시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설 경우 공매도 수수료를 지불하는 데 중국 A주의 경우 공매도 물량이 제한돼 수수료는 한자릿수 후반대이다. 이는 미국 대형주의 공매도 수수료가 1%를 밑도는 점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OTS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토니 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에서 개별 A주의 공매도는 과도하게 제한돼 수수료가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뿐만 아니라 강세장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헤징 도구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된 FTSE중국A50주가지수선물 등과 같은 역외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FTSE중국A50주가지수선물 거래량은 1790만계약에 달해 전년동기대비 165% 증가했다.

골드만의 라우는 "공매도 매커니즘이 있다면 이론적으로 밸류에이션은 극단적인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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