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의 주식시장이 재차 폭락하면서 중국 정부의 환율 밴드 확대 시사에도 당장 당국이 환율 밴드를 확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증시 폭락으로 당국이 당장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4일 중국 국무원은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원이 구체적 시기와 변동폭을 발표하진 않았으나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연말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정례 검토를 앞두고 조만간 당국이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변동폭이 확대되면 변동성은 더 높아지지만, 단기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어 수출 기업들에는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당장 중국 당국이 증시 불안을 억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를 감당할 여력도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안화 밴드 확대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게 WSJ의 진단이다.

지난 4월 이후 위안화의 고시환율은 달러당 6.20위안 근처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역외 시장에서는 최근 위안화의 절하 가능성을 시장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 27일 주가가 폭락한 날 위안화의 1년짜리 선물환은 달러가 위안화 고시환율대비 3%가량 오를 것을 반영했다. 이는 전주의 2%에서 높아진 것이다. 그만큼 위안화의 하락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27일 주가가 폭락한 원인 중 하나로 24일 당국의 환율 밴드 확대 발언을 꼽았다.

환율 밴드가 확대될 경우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골드만은 분석했다.

WSJ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더라도 환율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경기 둔화를 감안, 수출 촉진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내버려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식시장의 안정이 사라진 상황에서 환율을 만지작거리기 위험한 시점이라는 게 WSJ의 지적이다.

더구나 위안화의 IMF SDR 통화 바스켓 편입을 노리는 중국 당국으로서는 환율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WSJ는 더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의 하락에 위안화 약세까지 가중되면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중국은 지금 한 번에 한 가지만 해결하기도 바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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